최근 폰지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폰지사기는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기본적 구조는 대동소이합니다. 가상화폐, 부동산, 해외투자, 등 상품의 종류만 그럴듯하게 바뀔 뿐입니다. 최근 발생한 기획부동산 업체 사건을 토대로 김희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습니다.
‘기획부동산’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A 회장은 2021년 부동산 플랫폼 업체를 설립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 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한다.
곧바로 전국에 지사 7곳이 세워졌고, 직급이 높을수록 수익금을 더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들이 투자자에게 보장한 월 최소 수익은 2%. 여느 기획부동산 사업이 그렇듯 많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호재를 지어내거나 과장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경찰이 최근 이 부동산 업체를 사기 등 혐의로 수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배당금과 원금을 돌려주지 못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000명 이상이고, 피해액은 수천억 원 규모라고 한다. 월 2% 이상 배당수익을 믿었던 사람들은 투자금만 날리게 된 셈이다.
A 회장은 2007년에도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기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바 있다. 이번에는 ‘부동산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과거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유형의 사기 범행이 발생한다. 1조 원 규모 다단계 사기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는 한 영농조합법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단계 유사조직이 부동산 대신 ‘농수축산물 거래’를 가장한 방법으로 투자금을 배당해 돈을 가로채는 식이다.
가상화폐 열풍을 이용한 다단계 판매 사기 역시 성행하고 있다. 가상화폐나 그 시스템에 투자 혹은 구매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식인데, 하위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투자금의 수십 퍼센트를 이익금으로 주겠다며 유혹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지만,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은 쉽게 현혹된다. 돌려막기식 운영은 추가 투자자들 모집이 어려워지는 순간 무너지는 시한폭탄이다. 처음부터 도주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폰지사기’의 전형이다. 안타깝게도 범죄의 피해자는 노인 등 연로한 사람이 많다.
투자자도 처벌될 수 있다
폰지사기는 구조를 만든 사람만 처벌받고 투자자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처음 투자자로 들어갔다가 하위 투자자를 모집한 사람들도 처벌받는다. 다단계 구조이므로 순수한 투자자가 아니라 일정한 직급 이상이면 수사기관에서는 공모한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처벌한다. 실제 직원들은 주로 주변의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자신들도 투자한 경우가 많다. 수당을 받을 욕심에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인데, 결국 피해자는 자기 주변 사람이 된다.
어떤 혐의가 적용될까
먼저 ‘사기죄’로 처벌받는다.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에서 투자자들 모집했기 때문이다. 또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법위반죄(사기)로 처벌을 받는다. 특경법 제2조에서는 사기 피해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피해자는 투자한 사람들이고, 피해 금액은 그들의 금액을 모두 합산한 총액이 된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도 성립할 수 있다. 통상 다단계 폰지사기의 경우 관계법령에 의한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투자금을 수신하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에도 해당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도 성립 가능하다. 방판법은 누구든지 다단계판매 조직 또는 이와 비슷하게 단계적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된 조직을 이용해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개별 고소를 진행하면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폰지사기 일당들은 처음에 일정 기간 수익금을 준 것을 근거로 제출하면서 강력하게 편취 범의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을 최대한 끌면서 투자금 중 일부만 주고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도록 유도한다.
그 이후 폰지사기 일당들은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추가 고소를 당하면 무혐의 처분받았던 결정문을 근거로 제출하며 혐의를 부인한다. 수사기관은 같은 내용의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된 사례에 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폰지사기 일당이 피해자들을 최대한 분리하려는 이유다.
그러므로 피해자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모여 형사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것을 인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게 된다.
[도움]
김희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 형사사건그룹장)는 차장검사 출신으로 22년간 검사생활을 했습니다. 대검찰청 재직 시절 기획부동산 문제를 처음으로 파헤쳤고, 조직 범죄 분야에서도 많은 수사를 했습니다. 신종마약인 GHB를 처음 적발해 ‘물뽕’이라고 명명하는 등 영화 ‘공공의 적 2’ 강철중 검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이라는 책을 발간해 마약퇴치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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