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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약정액은 지난해 139조 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도 37%대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투자·회수·펀딩 시장은 모두 고점 대비 하락세입니다. 사모펀드가 이를 극복하려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체적인 ‘밸류크리에이션(value creation)’에 나서야 합니다.”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대표 겸 PEF협의회 회장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밸류업 시대, 투자·M&A 전략’을 주제로 열린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사모펀드 업계가 현재 겪고 있는 투자 하락 사이클을 견디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 전문가를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과거 시장이 과열일 때는 투자한 기업의 몸값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이른바 멀티플(multiple) 전략이나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leverage) 전략이 주효했다”면서도 “이제부터는 기업의 매출 성장, 비용 효율화, 사업 범위 확대를 위한 M&A 등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라 대표는 “PEF 산업 역시 시장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등락이 반복되는 ‘사이클(cycle)’에 올라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이후 시작된 침체 혹은 조정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04년 사모펀드 관련 법 도입 이후 매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해왔다”며 “그러나 연간 PEF 신규 약정액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PEF들에 신규 투자하기로 약정한 금액은 2019년 15조 6000억 원, 2020년 17조 9000억 원, 2021년 23조 5000억 원 등으로 매년 늘어나다가 2022년 16조 3000억 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14조 3000억 원에 그치며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전 세계 시장에서는 신규 M&A 투자 액수가 2021년 1조 120억 달러에서 2023년 4050억 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으며 같은 기간 투자 회수 실적도 9960억 달러에서 3340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는 “긴 조정기를 이겨낼 근본적 방법은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노력을 더 많이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KKR·블랙스톤·칼라일 같은 해외의 대형 PEF들은 이미 기업 경영 전문가들을 운용사 내부에 오퍼레이션 그룹(Operation Group) 형태로 따로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 대표는 “한국의 PEF 운용사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규모나 산업별로 전문화되는 추세가 이 같은 밸류크리에이션 작업과 연관성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국내 PEF 업계에서는 투자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MBK파트너스) △중견기업(프랙시스캐피탈), 산업별로 △식음료(UCK파트너스) △환경·인프라(E&F프라이빗에쿼티) △전기차·배터리(bnw인베스트먼트)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라 대표는 “대기업만 추종해 투자하던 형태에서 중견·중소기업 등 다양한 규모를 망라해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들이 늘고 있다”며 “투자 전략면에서도 그로스캐피털·메자닌·세컨더리에 이어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까지 생겨나는 등 상당히 다변화된 투자 행태가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이런 발전에 국내 주요 연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PEF 운용사 출자를 늘리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모펀드업을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2005년 약 0.5%에서 2022년 16%까지 뛰어올랐다. 그해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120조 원을 돌파했다.
라 대표는 “연기금·공제회들이 대체투자 전략을 해외 등으로 다변화한 게 선진 운용 기법을 익힐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주요 연기금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 사모펀드업에 큰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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