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콩 H지수가 바닥을 통과하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문제로 골머리로 앓았던 은행권도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은 홍콩 ELS 사태에 따른 대규모 비용 발생에도 고금리 흐름 속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향후 ELS사태 관련 배상금이 줄어든다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8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H지수는 전날 6526.67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저점을 찍은 1월22일(5001.95)보다 30.48% 올랐다.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한 중국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시장지표 호조가 H지수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정부는 4월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소각 강화, 밸류업 정책 대상 민영기업 확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 활성화 9대 조치를 내놨다.
이번 조치에는 페널티가 포함돼 강제성을 지닌 만큼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과 차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중국 4월 중앙정치국회의는 시장 기대를 넘어섰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달 연속 기준선을 상회했다”고 “중화권 증시는 정책 기대감이 이어지며 한동안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H지수가 고공행진하면서 금융권이 인식한 ELS 자율배상비용도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ELS는 상품 특성상 기초 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의 65~70% 수준만 되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가 현재 수준인 6500선을 유지하면 주요판매사 6개 은행(KB’신한’하나’NH’우리’제일)의 5월 이후 ELS 예상손실액은 1조1천억 원 수준으로 2월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H지수는 2021년 2분기 1만1천에서 1만 선까지 내려왔고 3분기에는 8700선, 4분기에는 8200선까지 내려왔다.
H지수가 반등에 성공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좀더 오르면 더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H지수 기초 ELS 가운데 79.6%가 상반기 만기로 특히 2분기에 6조3천억 원 어치가 돌아온다.
주요 금융지주는 ELS 자율보상 비용이 줄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도 노려볼 수 있다. 4대 금융은 1분기 ELS 손실 관련 배상금으로 모두 1조3234억 원 가량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4대 금융은 ELS사태가 없었다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될 정도로 핵심수익원인 이자이익이 1분기에 늘었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5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0.9%)을 제외한 4개 금융사가 1년 전보다 증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높은 기준금리가 한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자이익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H지수 반등이 오랜 기간 이어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기대감이 이번 반등에 큰 역할을 한 만큼 중국 경제 기초체력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H지수 반등에 따라 4대 금융가 받은 실적 영향은 올해 말에 가서야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가 반등해 ELS 관련 자율배상액이 줄어도 당장 금융지주 2분기나 3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ELS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올해 말에 가 보면 손실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충당부채는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이 됐을 때 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