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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사이에서 반도체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은커녕 까다로운 인프라 허가 절차로 국내 칩 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제국 재건을 꿈꾸는 일본이 적극적인 규제 개혁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움직임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우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공장 운영에 필요한 발전소 건립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SK하이닉스는 계열사인 SK E&S가 건설할 1200㎿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스팀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탄소 중립을 이유로 이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2050 탄소 중립’ 등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에 따라 신규 LNG 발전소 계획을 까다롭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정부가 올 상반기 발표할 예정인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 LNG 발전소가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다음 계획을 수립할 때까지 2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규모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반도체 설비 특성상 발전소 건설 지연은 예정된 첫 가동 시기인 2027년을 훌쩍 넘길수도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클러스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보상 문제의 늪에 빠져 지난해 겨우 땅고르기를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발전소 문제로 또 한 번 가동이 늦어질 상황에 처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지원과 달리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혁신적인 규제 개혁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이 제한된 농지·삼림 지역에도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토지 규제를 완화하고 농지에 관련 공장을 세울 때 필요한 토지 전용 행정절차를 1년에서 4개월로 단축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대만 TSMC는 일본 정부의 규제 지원에 힘입어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공장을 단 20개월 만에 준공하고 2월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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