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으로 숨통이 트인 정유업계가 다시 찾아온 \’횡재세\’ 트라우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제야 적자를 벗어났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횡재로 규정하며 세금을 더 걷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적자날 때 손실보전은 없고 잘나가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내 기업은 자국에서 원유가 나는 타국가 기업과 수익 규모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부문은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115.1% 증가한 59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HD현대오일뱅크는 3052억원으로 동기간 대비 17.8% 늘었다. 에쓰오일은 전년 동기대비 11.9% 감소한 4541억원을 기록했지만 직전 분기 적자흐름을 끊어내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의 이러한 실적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이 주효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간만에 달성한 흑자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업계를 떨게 했던 횡재세 도입이 최근 다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과이윤세\’라고 불리는 횡재세는 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 초과이익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횡재세는 정유사들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2022년부터 언급됐다. 지난해엔 야당에서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했지만 여러 반대에 막혔다. 그러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언급하면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횡재세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지난해 유동적인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며 “정부는 막연히 희망 주문만 외울 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로 국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유가로 국민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유업계가 많은 이익을 얻자 세금을 더 거둬서 민심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반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내내 적자를 기록하다 이제야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금 부과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 업계의 특성상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왔다 갔다 하는데 횡재세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자국에서 원유가 나는 타국가들과 달리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제품으로 마진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다.
사우디 기업의 경우 유가가 오르면 원유부터 정제유까지 모든 부분에서 수익을 얻지만 국내 업계는 원유값은 그대로 지불하고 정제마진만 얻기 때문이다.이에 해외 메이저 기업과 국내업계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의 약 2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로 제조업 평균 6.5%에도 한참 못미치고 있다.
이처럼 정유업계의 수익구조는 업황이 좋을 때 번 돈으로 불황의 시기에 적자를 메꿔 나가는 방식인데 잠깐 발생한 수익에 대해 세금을 더 징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유업계의 산업구조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이 더 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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