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자기주식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히면서 주주들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다면 자사주 소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소액주주연대 측 설명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7일 DB하이텍은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삼성증권과 총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8일부터 오는 11월 7일까지다. DB하이텍 측은 자사주 매입 이유에 대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적었다.
이에 DB하이텍 소액 투자자들은 유감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해 반대할 의향은 없으나 회사측이 밝힌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면 자사주 소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에 진행된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사실상 거부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당시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 환원이 목적이라고 명확하게 공시한 만큼,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은 공시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는 “자사주는 사실 여러 가지 활용성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외부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소각도 물론 고려하고 있지만 만일 재원이 필요할 때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보유중인 현금이 나가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은 지난해 진행한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이은 추가 취득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으며 회사측은 이번 자사주 취득으로 자기주식 지분율은 6.14%에서 7.14%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확대해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자사주 취득만 이뤄지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과 소각의 배당효과 보고서를 통해 “국내 특성상 자사주취득을 액면그대로 배당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취득된 자사주 중 극히 일부만이 소각되고 있어, 대부분의 자사주취득이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목 대표는 “자사주 매입을 반대할 뜻은 없다. 하지만 주가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주식 소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입한 자사주를 어디에 사용할지 주주들의 의문은 더 깊어질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경우도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