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연루된 HD현대중공업 직원 일부가 지난 3월 한화오션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세운 주장 및 수사 기록 등의 증거가 ‘악의적 짜기’에 해당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한 데에 대해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이에 대해 이전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며 당시 HD현대중공업 임원진 개입 정황이 담겨있을 자료들의 심층 공개는 물론, 이를 기반으로 더욱 엄중한 사법 조치가 필요하다며 맞받아친 상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직원 2명은 지난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해당 직원들은 지난 11월 KDDX 설계 도면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9인 중 일부에 해당한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임원급 이상이 해당 사안에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단순 경고’ 수준의 행정 지도 처분을 받는 데에 그쳤다.
이에 반발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5일과 6일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한편 국수본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고소장을 통해 주장한 핵심 내용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과 내용이 이들의 입맛대로 짜맞춰진 내용이라는 것.
특히 해당 직원들은 한화오션이 당시 기밀 탈취에 개입한 임원이라 언급한 ‘수석부장’은 회사의 중역이나 임원이 아닌 ‘최상위 직원’ 직급에 해당한다며, 이를 청렴서약서 상 위반 사항으로까지 확대해 HD현대중공업의 향후 KDDX 입찰 참여를 막는 등 해악을 끼치려 시도하고 있다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개인이 진행한 소송 건이다 보니 저희도 고소장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화오션) 기자설명회를 본 직원들이 수사 과정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들이다 보니 왜곡이 있다고 판단해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라며 “한화오션에서 임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는데, 청렴 서약 위반에 해당하려면 그냥 임원도 아니고 등기임원 개입 여부가 중요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범죄를 수행한 임직원들의 안타까운 도덕관념을 보여준다”라며 “국가의 해상 안보를 책임지는 업계에서 더욱 명명백백한 사법처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라며 높은 수위의 발언이 담긴 입장문으로 맞섰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지적한 진술은 물론, 이를 제외하고도 이미 공개된 증거목록에서 나타난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 및 운용 등을 종합해 임원의 개입 정황을 다양하게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에 군사기밀에의 접근은 물론, 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 및 운용 역시도 말단 직원 개인 단위의 행동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임원 개입 정황이 없다고 넘어간 (방사청의) 결정은 분명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 기밀 보관용) 서버가 따로 있고 3년간 운영됐는데 이를 운영한 자금이나, 보안 검사가 나올 경우에 대한 매뉴얼 등 일개 직원들 선에서는 준비가 될 수 없었던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초 수사 당시 범죄행위를 수행한 직원이 지목한 “중역” 뿐 아니라 그 윗선에 대해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사 결과에 대한 상식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고발을 하게 됐다는 것이 한화오션 측의 주장이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이 자료열람을 금지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 자료공개 청구 등으로 제한된 자료를 제공받아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고소인들이 해당 범죄행위로 조사받을 당시 윗선으로 지목한 ‘중역’ 등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해당 자료 등을 모두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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