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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자재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관련 기업에 금리 4%대의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중금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수입선 다변화 등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 등은 이같은 내용의 ‘공급망안정화기금’ 운용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은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기본법’에 따라 수은이 운영한다. 정부는 경제안보와 관련된 물품을 조달하는 기업을 ‘선도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 기업들이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비축 물량을 확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금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기금 규모는 총 5조 원 가량으로 조성되며 올 하반기부터 대출 형태로 집행된다.
대출 방식으로 기금이 집행되는 만큼 핵심은 금리다. 시중 은행 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들이 대출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급망안정화기금 대출 금리를 연 4% 후반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3월 대출금리는 대기업 기준 연 5.01%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확한 금리는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정책적 성격을 감안해 일반 시중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대출금을 배당금이나 임직원 급여 인상 등에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는 조건 등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중금리보다 낮은 조건에 자금을 공급키로 한 것은 기금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과거 기간산업안정기금처럼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해놓고도 고율의 대출 금리를 책정한 탓에 실제 수요가 거의 없었던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연 7%가량의 금리가 적용된 탓에 지원 실적이 2% 수준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 유지 등 기안기금의 매력을 떨어뜨렸던 각종 부대조건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경제 안보 차원에서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기금의 설립 목적인만큼 기업의 자금 조달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선도 사업자를 선정을 위해 기업에 제출해야 할 정보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공급망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선도 사업자에 국내외 생산기반 확대 계획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 사업 기밀까지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는 일은 최소화하려 한다”면서 “기업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제출하는 수준 이상의 자료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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