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에서 사실상 긴축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은행권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실적 개선 못지않게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상황에서, 이같은 긴축완화에 대한 속도조절이 자칫 시장금리 및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은행채, 국채 등 주요 지표금리가 다시 꿈틀대면서 대출 금리의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 여기에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연체율을 얼마나 방어하느냐가 실적 못지 않게 은행권 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파 본색에 기준금리 인하도 ‘오리무중’
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와 한국은행 등 각 기관이 수장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추기엔 아직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주요 시장 지표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연준은 이달 초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여섯 번 연속 동결 결정이기도 하다.
시장의 관심은 FOMC회의 결과보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입에 쏠렸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과연 온전한 긴축 완화, 즉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다시금 ‘매파’ 본색을 드러내며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이 우려했던 금리 인상은 없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은 약해졌다”며 “실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까지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미국 기준금리 인하시점은 올해 2분기다. 다만,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사실상 2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선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3.5%를 기록한데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예상할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매파적 기조로 돌아선 미국 연준의 선택에 한국은행 또한 금리인하에 더욱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간담회에서 기존 하반기로 예측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4월까지만해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맞춰, 한국은행도 통화정책(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수립했다”며 “다만,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전망인 만큼, 금리 인하 시점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낮아진 금리인하 가능성, 대출금리 ‘들썩일까’
이처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은행권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당장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시장의 주요 지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표금리의 상승은 주요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차주 이자부담 증가,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9~5.8%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3.42%~5.69%)와 비교하면 불과 사흘 사이 상단은 0.11%p(포인트), 하단은 0.07%p 상승한 수치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연 3.84~5.98%로 같은 기간 소폭 하락했다. 다만 변동형 금리의 경우,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시장금리 변화를 다소 늦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고정형 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5년물‧AAA 기준)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연 3.912%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일 기준, 은행채 금리가 3.773% 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불과 한 달 사이 0.15%p 가량 금리가 오른 셈이다.
미국 국채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의 경우, 국내 채권 시장 금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국내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은행채 및 실제 은행 대출 금리의 흐름에도 변화를 야기한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준 미국 국채(10년물)금리는 4.461%로 한달 전인 지난 4월 2일(4.36%) 대비 0.101%p 상승했다. 물론, 지난 4월 말 4.7% 수준까지 오른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진행된 미국 연준 FOMC정례회의의 결과가 반영되면 상승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및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명확해지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은행권에서도 이에 따른 연체율 및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연체율 상승에 ‘건전성 우려도↑’
실제로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체율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주의보’가 발령된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약 4년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0.51%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06%p 상승한 수치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 관리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월말 대비 0.02%p 오르는데 그쳤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84%로 은행권 전체 연체율 상승폭(0.06%p)을 상회하는 0.1%p 가량 올랐다.
시중은행의 연체율 또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0.29%로 전년 동기(0.24%) 대비 0.05%p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의 비중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역시 지난 1분기 기준 0.2%~0.33%를 기록하며, 0.19%~0.28%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상‧하단 모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연체율이 다소 높아진 경향이 있다”며 “향후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대출 심사 강화 등 관련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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