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가계대출 취급액이 매년 큰 폭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이 급감했다.
NH농협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총여신 중 가계대출액은 131조9291억원으로 전년 133조4020억원 대비 1조4729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134조5681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사이에 2조원 이상 대출규모가 축소됐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로 구성되는데,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20조5914억원으로 집계(가중치 적용 후 금액) 전년 동기 18조1469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주담대가 크게 늘었음에도 가계대출이 줄었다는 것은 기타대출 중 개인신용대출 신규취급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는데, 2023년 12월 기준 신규취급액의 평균신용점수는 924점으로 전년 동기 895점 대비 큰 폭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평균금리는 7.13%에서 5.65%로 낮아졌다.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와 정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계대출 자체는 2023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전 금융권 가계 대출은 총 10.1조원(+0.6%) 증가해 전년 대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고, 은행권 가계대출은 37.1조원 늘어났다.
주요 5대은행 중 NH농협은행 개인신용대출만 역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수년 간 누적된 디지털 역량 경쟁에서 밀린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영업점포 수는 총 1105개로 KB국민은행 856개, 신한은행 721개 등 주요 은행에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지만, 주요 뱅킹앱 지표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초 기준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100만, 신한은행 ‘쏠(SOL)뱅크’가 1000만을 넘긴 가운데 같은 기간 NH농협은행 ‘스마트뱅킹’은 781만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모바일뱅킹 환경 구현으로 비대면 대출이 급증하고 ‘슈퍼앱’ 전략으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전산사고로 인한 보안 신뢰성 추락도 원인이다. 지난 4월 9일 NH농협은행 전산망이 전국적으로 20여분 이상 마비되면서 모바일 인터넷뱅킹과 ATM 관련 IT 서비스가 중단됐다. 계좌이체를 했는데 돈이 송금되지 않았다거나 타 은행에서 보낸 돈이 표기되지 않는 등 문제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NH농협은행은 ‘일시적 접속 증가’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디지털 혁신 역량이 현저하게 뒤쳐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에 대한 인사까지 개입하면서, 전문성보다는 라인과 파벌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디지털 총괄 부행장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주는 비상식적인 인사 행태도 있었다. 연속성 없는 사업 추진으로 중앙회 회전문 인사가 금융까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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