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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매각을 위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실제 거래가 잘 마무리될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지난달 예비입찰에서 8500억 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SK네트웍스와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입찰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다소 못 미치는 가격 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의 경우 캐피탈을 써 차량을 매입하고 대여 수익으로 3년에 걸쳐 나눠 갚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하기도 했다.
이번 거래가 일반적인 딜과 다른 점은 예비 입찰-상세 실사-본 입찰이 아니라 예비 입찰 후 곧장 우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피너티는 현재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구속력 있는 MOU라 하더라도 어피너티가 실사 후 가격 조정을 요구하거나 극단적으로 인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곧 ‘갑’의 위치에 있던 매각측이 ‘을’로 바뀌어 협상에서 끌려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약서에 사인한 게 아니어서 어피너티가 끝까지 갈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SK가 굳이 경쟁을 없애는 프로세스로 딜을 진행한 것에 의아함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실사 후 어피너티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못하면 다시 예비 입찰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펀드에 드라이파우더(소진 되지 않은 자금)가 많기는 하지만 헛발질이라고 생각하면 아예 딜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측은 내부 검토 단계에서 매각 추진 상황이 언론에 알려져 상황이 변동될 때마다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투명하게 공정공시를 하고 있고, 주주가치를 생각하는 과정”이라며 “거래소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피너티 내부에서도 이제 실사 초기 단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억달러(약 8조1500억 원)로 조성한 아시아퍼시픽 펀드 5호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절반 정도여서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으나 계약까지는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어피너티는 5호 펀드를 통해 락앤락, SSG닷컴, 잡코리아, 요기요 등에 투자했으나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민병철 대표와 정익수 대표가 신중하게 나설 수 밖에 없다.
특히 SK렌터카의 경우 SK를 떼면 유사시 계열사로부터의 지원이 없어져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NICE신용평가는 SK렌터카 매각 후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렸고, 한국기업평가도 SK렌터카의 신용등급(A+/안정적)이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는 조달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19년 AJ렌터카 지분 42%를 3000억 원에 인수했고,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지난해 장내 공개매수 뒤 자진 상장폐지했다. 공개매수에는 총 1200억 원을 투입했다. SK렌터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028억 원으로 1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3% 늘어난 1220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가 보유 중인 부채 2조 원을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는 3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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