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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부족 어제오늘 일 아닌데…해운협회 뒷북 대응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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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선원 부족으로 외국인 선원 승선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가운데 해운협회가 뒤늦은 선원 양성에 나서며 눈총을 받고 있다. 해운협회가 그간 관련 재원을 방치하고 향후 가이드라인 역시 명확치 않다는 비판이다. 해양수산부(해수부) 역시 외국인 선원의 승무 인원 기준만 완화하면서 오히려 한국인 선원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함교에서 선원이 항행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선원 부족에 정부 움직이자 양성 나서겠다는 협회

지난해 11월 해운업계 노·사·정(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해운협회, 해양수산부)은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안보 유지를 위한 노사정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사(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해운협회)는 이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포함한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에 따르면 국제선박(국제선박등록 법에 따라 국제 선박으로 등록한 선박)에 승선하는 한국인 선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1개월 승무 시 유급휴가를 월 10일 부여해 근로환경을 일부 개선했다. 국가 필수 선박과 지정 선박에 승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원 승무 인원 완화도 여기서 합의됐다.

넉 달 여가 흐른 뒤인 최근 해운협회는 한국해운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5대 과제 중 하나로 ‘안정적인 해운인력 확보'(사람이 모이는 해운)를 제시했다. 해운협회는 공익재단인 ‘바다의 꿈’ 재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해운협회 과제로 선원 인력 확보가 공식적으로 나온 건 바다의 꿈이 설립된 지 약 2년 만이다. 해운협회 협회사들의 분담금으로 만든 바다의 꿈은 현재 총 1045억원이 모인 상태다. 그간 순직 바다가족 위로 사업, 해양계 고등학교 장학사업 등에 36억여원만을 지출하면서 전체 재원의 고작 3.4%만 쓰는데 그쳤다. 

​ 부산항 전경./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

재원 방치·뒷북 대응에 ‘눈총’

이렇다 보니 정부의 카운터 파트너인 해운협회의 뒤늦은 선원 양성 계획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그간 선원 부족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오랜 기간 방치한 데다 정부가 외국인 선원 승선 제한을 없애자 부랴부랴 내국인 선원 양성을 내세운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협회 산하 공익재단인 바다의 꿈이 설립된지 약 2년이 돼가고 1045억원의 거대 재정에도 이제서야 선원 양성에 나섰다”며 “당장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톤세 제도를 지난 2005년 도입한 이유는 선원 양성에 방점이 있었다”면서 “해운협회나 선사들이 회사 이익만 취하고 정작 제일 필요한 선원 양성을 등한시 했다”고 꼬집었다.

구교훈 한국물류사협회 회장도 “해운 산업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한 바다의 꿈 기금이 더 늦기 전에 선원 양성에 사용돼야 한다”며 “해운협회가 바다의 꿈 기금을 품고만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부산 신항 7부두 개장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노·사·정 합의로 신규 선원 유입 더 어려워져” 비판도

앞서 이뤄진 정부의 외국인 선원 승선 허용 결정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간 정부의 투자가 지속돼 왔음에도 양성된 선원이 부족한 현실이 상당기간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원 승선 허용에 따른 한국 선원의 역차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외국인 선원으로부터 한국인 선원 일자리를 보호해왔던 제도가 완화된 만큼 한국인 부원 선원의 승선 경로가 막히고 초급 사관 고용 기회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고용 현장에서는 한국인 부원 선원의 신규 고용을 보류 또는 중단하거나 운항 중인 국제 선박의 한국인 선원의 승무 정원을 조정하는 사업장이 다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필수 선박과 지정 선박 확대 없이 외국인 선원의 승무 인원 기준만 완화하면서 한국인 선원은 저임금 외국인 선원과 임금 경쟁을 해야 한다”며 “선사들 배만 불리고 한국인 선원들은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의 투자로 해운사들만 득을 보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해운사들이 어렵다고 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적자를 한 번도 기록하지 않은 해운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나 해운협회가 해운업의 미래를 위해 선원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력 수급이란 복잡한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 인력으로 채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기업 경쟁력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며 “정부와 해운사는 현재 가용되고 있는 외국인 선원의 용처를 확인하고 한국 선원들의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용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는 선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효율적 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의 투자와 해운협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선원 양성에 적극 나선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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