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금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연체율 상승 등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금융 주요 대상인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은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1분기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들의 연체율은 전분기보다 상승했다. 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것 뿐 아니라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연체율 동반 상승
은행권에 따르면 전년 말 대비 올 1분기 시중은행 연체율은 NH농협은행(0.43%)을 제외하면 모두 상승했다. 신한은행이 0.06%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은행들의 연체율이 상승한 주요 배경으로는 고금리 기조와 이로 인한 내수경제 침체가 지속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이 은행들의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경우 “소호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기업대출 연체율이 0.3%로 가계대출(0.26%)에 비해 높았고, 이는 은행 전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역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인 지방은행 연체율 상승률은 더 가파르다. 대구은행은 0.93%로 전 분기보다 0.53%포인트 급등했고, 전북은행도 0.47% 상승한 1.56%를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중기 경영 어려움 가속화…은행권 예의주시
은행들의 기업대출 고객 대부분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등 소호대출 등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대출은 기업대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 금융 부담이 늘어나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증가했고 고환율 영향으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고금리가 제조기업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부담금리는 2022년 3.3%에서 지난해 4.7%로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2.5배에서 1.9배로 하락했다. 기업들의 이자 부담 능력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 자산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선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그 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기업들까지 대출을 실행하는 등 출혈 경쟁이 발생할 경우 2~3년 후 리스크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환경은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관련 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외국계 금융사들과 진행한 비디오 컨퍼런스에서 “현재 연체율이 다소 상승하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며 “팬데믹 기간 중 누적된 금융 불균형 해소 과정에 수반되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경제 회복세와 금융 부문 대응능력을 감안하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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