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내 38개 식음료업체 다회용기
올 시즌 플라스틱 24톤 감축 이뤄질 전망
서울색 ‘스카이코랄’ 다회용기·반납함 설치
야구장 내에서 경기 보면서 다회용기에 담긴 국수 먹으면 한마디로 ‘꿀맛’이에요.
김미선(24) 씨는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본지와 만나 “다른 구장도 간간이 가는데 다회용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잠실야구장에서만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일회용품은 음식물 처리하기도 번거롭고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쓰레기가 엄청 많이 쌓인다”라며 “다회용품 사용 이후 경기 끝나고 나온 뒤에도 정리가 잘 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본격적인 야구 시즌을 맞아 잠실야구장 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가 도입됐다. 시는 환경보호를 위해 지난해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자‧관람객 모두가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단 등과 손을 잡았다. 구장 내 매장에는 올해의 서울색인 ‘스카이코랄’을 입힌 컵‧그릇‧도시락 등 10종류의 다회용기를 구비했고, 구장 곳곳에는 반납함 20개를 비치했다.
그동안 야구장은 경기가 끝난 뒤 쏟아지는 일회용품들로 인해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야구장에서 연 3444톤의 폐기물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잠실야구장은 연 86.7톤의 폐기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방문한 야구장 내에는 치킨·순대볶음·삼겹살·떡볶이·만두 등 다양한 음식을 사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스카이코랄’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들고 간이 테이블에 서서 먹거나, 경기장으로 입장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물·컵·용기로 나눠진 반납함 앞에서도 차례대로 줄을 서서 다회용기를 분류하고 있었다.
이동은(20) 씨는 “과거엔 야구 경기가 끝나고 나면 큰 쓰레기통에 모든 쓰레기를 다 던져서 ‘쓰레기산’이 됐다”며 “음식물이 있는 상태여도 그냥 버리다 보니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회용기를 사용해서 좋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 내 식음료 매장에서도 다회용기 사용을 반기고 있었다. 10년 동안 잠실구장에 이가네떡볶이(3루점) 매장을 운영한 윤인중(48) 씨는 “하루 평균 떡볶이 담은 다회용기가 350~400개 정도, 어묵은 기복이 있지만 200개 정도 팔린다”라며 “다회용기 사용이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명인만두를 운영하는 김정민(가명·59) 씨도 “가게 입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쓰는 것보다도 다회용품을 써서 재활용하니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여러 가지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다회용기 수거해 ‘꼼꼼한 세척작업’…“약 24톤 플라스틱 감축”
이날 서울지역 자활센터 직원들은 반납함 주변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다회용기 분류하는 법을 안내하기 위해 흩어졌다. 스카이코랄색 옷을 입은 직원들은 ‘빈 용기는 반납함으로 보내주세요’ 피켓을 들고 다회용기 반납을 도왔다.
반납함에 놓인 다회용기는 서울지역 자활센터에서 수거한 이후 세척작업을 거치게 된다. 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일반적인 민간위생 기준(200RLU)보다 10배 엄격한 20RLU 이하로 유지하도록 주기적인 위생검사도 하고 있다. RLU(Relative Light Unit)는 오염도 측정 단위로 물체에 묻은 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오염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이장희 정담그린환경 대표는 “출구에 맞게 직원들을 조정해서 관람객들에게 다회용기 분류하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라며 “구장 곳곳 관람객들이 많이 나오는 출구에 반납함을 배치해뒀다”라고 말했다.
다회용기 수거함은 구장 내 2층 11곳, 3층 9곳 총 20개로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음식물이 남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후 빈 용기를 반납함에 넣으면 된다. 반납함에 넣을 때는 컵과 용기(그릇) 표시를 잘 보고 분류해 넣으면 된다. 다회용기를 반납하지 않고 밖으로 가지고 가거나, 일반쓰레기통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관람객들은 다회용기 반납함이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지선(20) 씨는 “다회용기 사용에는 불편한 점이 없는데 다회용품을 수거하는 반납함은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며 “반납함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아 일반 쓰레기통에 던지고 가는 경우도 몇 번 봤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시즌 종료 시까지 일회용품 대신 약 80만 건의 다회용기 사용으로 약 24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중에는 다회용기 음식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SNS) 게재 시 추첨을 통해 식음료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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