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2%…고객잡기 총력
투자상품 매력 떨어진 은행
수신잔액 한 달 새 18.5조 줄어
대기자금 요구불예금 31.5조↓
은행권, 年 3%대 파킹통장 등장
투자 예테크족 자금 묶기 안간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낮아지는 등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자 돈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의 대기성 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연 3%대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 상품을 속속 내놓는 모습이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5~3.60%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은행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2%대로 내려갔다. 정기적금 최고 금리는 3.65~4.65%로 나타났다. 다만, 전월 취급 평균 금리는 연2.75~4.02%에 불과했다.
예·적금 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자 은행들의 수신 잔액도 빠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총수신 잔액은 1976조8364억 원으로 전월보다 18조4415억 원 줄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크게 감소하면서다. 같은 기간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16조3371억 원으로 전월 대비 31조5511억 원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72조8820억 원으로 전월보다 4941억 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의 MMDA 감소와 대규모 기업공개(IPO) 청약이 수신 잔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4월에는 기업의 부가가치세 납부, 배당금 지급 등으로 MMDA 자금이 감소한다. 5대 은행의 MMDA는 잔액은 115조2225억 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12조6296억 원 줄었다. 지난달 말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 증거금 25조1000억 원이 몰리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말에 있던 공모주 청약으로 인해 대기성 자금이 일부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MMDA는 4월에 배당금 지급과 세금 납부로 인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의 대기성 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3%대 파킹통장을 내놓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연 3%대 금리의 파킹통장을 판매 중이다. SC제일은행과 거래한 적이 없는 고객이 이달 말까지 영업점에서 일복리저축예금(MMDA)에 3000만 원 이상 가입하면 신규일로부터 최장 60일간 매일 잔액에 최고 연 3.4%의 특별금리가 적용된다.
Sh수협은행의 ‘Sh매일받는통장’도 최고 3%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입출금통장 첫 거래 고객이 마케팅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하면 1000만 원 초과~1억 원 이하 금액에 6개월간 최고 연 3.0%가 적용된다.
하나은행은 50만 원 이상 급여를 이체하면 최대 연 3%의 금리를 제공하는 급여통장 ‘달달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기본금리 연 0.1%에 급여 이체 실적을 충족하면 최대 200만 원 한도까지 연 1.9%포인트(p), 특별 이벤트로 1년간 연 1.0%p 우대금리를 더해준다. IBK기업은행도 ‘IBK중기근로자급여파킹통장’을 통해 중소기업 임직원에게 최대 연 3%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시장금리 향방이 달라질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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