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시장에서 고공행진 하던 제로 슈거 소주 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일반 소주도 제로 슈거 소주와 당류·열량이 비슷하다는 한국 소비자원 발표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당류가 더 낮은 줄 알고 마셔온 소비자들은 소위 “낚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로 슈거 소주는 주류 업체 매출 상승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제로 슈거 소주를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 액상 과당을 덜 먹는 데다 열량까지 낮다는 인식이 더해져 제로 슈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일 공시한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주류 부문 1분기 매출(별도 기준)은 작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214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183억원이다. 이 중 소주 매출은 905억원으로 6.6% 늘었다.
특히 지난 2022년 출시한 제로 슈거 소주 ‘새로’는 매출이 34.2% 증가한 377억원을 기록하며 소주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신제품 ‘새로 살구’를 내놓기도 했다. 제로 슈거 소주 새로 라인업을 확대해 제로 슈거 소주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월 ‘진로이즈백’을 제로 슈거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가 지난 5년간 누적판매 19억병(지난달 15일 기준)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제로슈거 리뉴얼 단행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일 일반 소주를 제로 슈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당류가 미미하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 사이에는 ‘제로 마케팅’에 속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기존 소주와 다를 줄 알고 찾아 마셨던 제로 슈거 제품이 일반 소주와 큰 차이점이 없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반 소주 제품의 영양 정보 표기를 보면 원재료명에 과당이 표기돼 있으나, 당류 함량은 0g(0%)이다. 이에 성장 가도를 달리던 제로 슈거 소주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낮을 수록 좋다는 이른바 ‘저저익선’ 추세가 확산하는 만큼 제로 슈거 소주 시장 타격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체당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로 지정하면서 제로 음료 시장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제로 음료 매출은 오히려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로 슈거 소주에서 당류가 검출되지 않은 만큼 표기 방법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제로 슈거 표기는 비(非)제로 슈거 제품에 당류가 많이 함류돼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제로 슈거일 때 기존 제품 대비 당 함량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등 부가 설명을 해야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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