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 영결식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전 7시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뒤 그의 터전이었던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을 거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께 진행된 영결식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족과 동료 연극인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연출가 이성열 등이 함께했다.
영결식에서 후배 연극인들은 한결같이 연극에 대한 고인의 열정을 기억했다. 배우 출신인 유 장관은 “임영웅 선생님은 우리 연극계에 소극장 시대를 열어준 분이다. 저 역시 선생님의 영향으로 소극장을 열었던 적이 있지만 선생님처럼 극장을 계속 지키지 못해 어깨가 무겁다”며 “선생님의 뜻을 잘 간직해 연극계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초기작인 ‘위기의 여자’에 출연한 배우 박정자씨는 추모사에서 “훌륭한 연출가는 배우에게 정확한 요구를 할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설득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선생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며 “내년이 산울림 개관 40주년이다. 잘 준비하겠다. 이제 산울림 걱정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손숙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배우는 연극을 해야 한다’며 제2의 연극 인생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고개를 숙인 후 “산울림이라는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 먼저 저쪽 세상에 가 있는 ‘고도를 기다리며’ 원년 배우들과 함께 신나게 한바탕 연극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고인의 딸인 임수진 산울림 소극장 극장장은 “빈소를 지키면서 아버지께서 소극장까지 지어 평생을 몸바쳐 연극을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임 극장장은 “영결식에 오기 전 아버지를 모시고 산울림 소극장을 다녀왔다”며 “모든 건물에는 특별한 시간이 있고, 모든 기억에는 소중한 울림이 있다. 산울림 소극장은 부모님께서 세우셨고 많은 연극인이 지켜온 역사적인 공간이다. 앞으로도 그 건물의 시간과 기억을 더 오래 이어가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임 대표는 지난 4일 새벽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70년 산울림을 창단한 고인은 1985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한 이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특히 극단 산울림을 통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1969년부터 50년간 1500회 이상 공연했으며, 관객 22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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