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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학력을 요구하는 직업에 취업하는 ‘하향취업’이 20여 년 넘는 기간동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쉬었음’을 택하는 비중도 늘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률 등 고용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상대적 일자리의 질은 악화됐을 수도 있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계층 간 이동성을 높이는 사회이동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여성 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의 고졸 채용을 늘리고, 민간 부문으로 향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이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향취업 청년들의 전문성 취득을 돕고, 상위 일자리로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구조와 노동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021년 발표한 ‘BOK 이슈노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수 대비 하향취업자 수로 정의한 하향취업률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 30%를 상회하고 있다.
하향취업은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경우를 뜻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학력 일자리 증가(수요)가 대졸자 증가(공급)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학력과잉이 경직된 노동시장 특성과 겹쳐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청년들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첫 직장에서 상위 직장으로 진입이 어려운 탓에 청년들의 구직기간은 늘어난 추세다. 대졸자 청년층이 첫 직장을 얻기까지의 기간은 2021년 7.7개월에서 2022년 2.8개월, 지난해 평균 8.2개월로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향취업을 선택한 청년의 경우는 일자리 사다리를 제공받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눈높이를 낮춰 취업한 사람들 중 85.6%는 1년 후에도 자기 학력에 맞는 일자리로 이동하지 못 했다.
이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막연히 쉬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40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000명 증가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쉬었음’ 청년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추후 고용 가능성과 질이 낮아지고 고립은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쉬었음 청년들이 많아지는 건 청년들의 비노동력화로 잠재성장률 악화 우려까지 낳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 활동이 현저히 줄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고립청년’이 54만명, 이들 중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청년’이 2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학력-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책으로는 직무급제 도입이 거론되지만 민간 부문에 도입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은 55개에서 109개로 확대됐지만,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22년 6월말 기준 직무급 도입 기업 수는 10.8%에 남짓했다. 직무급제는 기업이 직무에 대한 정의와 그에 맞는 직무평가, 보상체계를 적용해 막연한 고학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를 줄일 수 있어 해결책으로 꼽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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