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색하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목적기반차량(PBV)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개념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졌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이처럼 변화하는 배경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미래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퓨처 모빌리티(Future Mobility)’는 한발 앞서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기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2월,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10년 간 개발을 이어왔지만 원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실패한 것이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자율주행 업계에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100억 달러(약 13조6200억 원)를 투자하고도 실용성·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대중적인 승용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애플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개 완성차 기업(GM, 도요타, BMW, 지리,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투자 비중은 2019년 64.9%, 2020년 15.7%, 2021년 15.7%, 2022년 43.0%, 2023년 1.3%(1~9월)로 줄어들었다. 자율주행 레벨3의 상용화가 어려움을 겪으며 자율주행 기술의 성장세는 분명 승용 부문을 중심으로 둔화하고 있다.
반면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 이하 에이투지)는 자율주행의 또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바로 일정한 코스를 저속으로 주행하는 ‘특수목적차’ 시장이다. 보행자, 교통 법규 위반 차량 등 돌발 변수가 많은 승용 부문 자율주행 대신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부문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지형 에이투지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저속으로 일정한 지역을 순환하는 형태의 특수목적 차량용 자율주행 기술”이라며 “이 기술은 이미 완성 수준으로 구현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의 A to Z 제공…글로벌에서도 인정받은 기술력
현대차에서 11년간 양산차,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한 대표는 2018년 동료 개발자들과 에이투지를 설립했다.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autonomous’와 모든 것을 뜻하는 ‘A to Z’를 섞어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사명에 담았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성하는 인지·판단·제어 등의 프로세스는 물론 V2X(Vehicle to Everyting, 차량과 다른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과 카메라·차량 등 하드웨어까지 포함된다.
한 대표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을 구성하는 인지·판단·제어 각 부문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를 모두 하나의 조직에서 개발해야만 완벽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자 회사명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고 정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말처럼 에이투지 자율주행 기술의 특징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술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차량(하드웨어)과 V2X 기술인 ‘라이다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교차로 및 교통 혼잡 지역에 설치돼 차량, 보행자, 신호등 정보 등 실시간으로 인지한 데이터를 관제센터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연계하는 차세대 교통 서비스다. 차량의 센서를 통해 얻는 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이투지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DMV) 보고서 기준 자율주행 실증 거리로는 세계 5위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세계 27번째)로 미국 도로교통국(NHTSA) 자율주행 안전보고서에 등재됐다.
한 대표는 에이투지 자율주행 기술의 특장점으로 “완전무인화를 위한 리던던시(설계 다중화) 시스템과 V2X 시스템의 연동을 통한 완벽한 안전성 확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설계 단계부터 자율주행 시스템 장애에 대비해 브레이크, 소프트웨어 등을 이중화하는 ‘리던던시’는 물론 이를 V2X와 연계해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안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3월부터는 싱가포르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그랩’에 임직원 출퇴근용 자율주행 버스 공급을 발표했다. 에이투지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실제 자율주행 버스가 그랩 본사에서 인근 지하철역까지 약 2km 구간을 달릴 예정이다.
모빌리티까지 직접 제작…자체 제작 車로 해외 진출도 노린다
에이투지의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자율주행차를 만든다는 점이다. 여러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구현할 차량 플랫폼을 직접 제작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현재는 회사의 기술이 집약된 자율주행 전용 차량 MS 개발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며 “완전무인형 셔틀버스인 MS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일반 판매를 통해 스마트시티와 전국의 다양한 자율주행 실증단지에서 운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투지가 만드는 자율주행차는 MS(Mid Shuttle)와 SD(Small Delivery) 두 종류다. MS는 12명이 탈 수 있는 중형 승합차, SD는 300kg을 적재할 수 있는 초소형 무인 화물차다. 두 차량 모두 완전무인화된 자율주행차로 개발 중이며 승용 모델인 MS에는 주행 경로 안내 화면,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 장비를 갖췄다. 물류배송을 목적으로 하는 SD는 좁은 골목길로도 진입할 수 있도록 초소형으로 제작되고 있다. 다만 SD의 경우 실제로 이를 운영하게 될 물류·유통사의 요구 사항을 개발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어 개발 일정을 다소 미룬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0월부터 첫 양산형 차가 나온다. 이후 내년 5월까지 양산형 모델 10대가량이 추가로 제작된다. 현재는 법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할 수 없지만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자율주행차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자율주행차 판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한 대표는 “현재는 생산 공장 자체 구축보다 부품 기업에 외주를 통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법규에 맞춰 차량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될 때까지는 외주 생산을 통해 고정비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투지는 국내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뒤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한 대표는 싱가포르, 중동, 일본 등을 중심으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실도로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충분한 검증이 된 이후 해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대비하면 내년, 내후년 국내에서 실증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완전 자율주행 특수목적차’ 시장 열어나갈 것”
에이투지는 특수목적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의 새 시장을 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와중에도 에이투지가 ‘자율주행 기업’으로서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한 대표는 “에이투지는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 상업화를 눈앞에 둔 기업”이라며 “(에이투지의 기술은) 상업화가 머지않았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된 수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매출액도 빠르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에이투지는 올해 약 100억 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목표 매출을 내년 200억 원, 내후년 500억 원 등으로 설정했다. 자율주행 서비스·플랫폼 판매는 물론 라이다 인프라 시스템 등 스마트 시티 관련 아이템도 판매 및 수출 대상이다.
2025년을 목표로는 상장도 준비 중이다. 에이투지는 이미 기업공개(IPO)를 위한 조직을 별도로 구축해 내부통제시스템과 회계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고 실제 상용화를 앞둔 만큼 시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 대표는 “최근 자율주행 시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많지만, 이 기술이 승용 부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수목적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사실 굉장히 크다. 자율주행에서도 이러한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 시장을 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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