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레이트(UAE)가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손잡고 ‘조 단위’ 벤처투자에 나선다. 국내 스타트업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377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UAE가 우리 정부에 약속한 300억 달러(약 41조3100억원) 투자 약속의 첫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VC업계 등에 따르면 UAE는 이날 ‘AIM 글로벌 재단’을 내세워 ##LB인베스트먼트##와의 한국 벤처 투자 합작사 설립을 확정했다. UAE 내 기관 투자자(LP) 자금을 유치, 합작사가 운용하는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안도 정했다. 합작 투자사 이사회는 자금 조달 전문가, 자금 운용 전문가 그리고 중동 전문 경영인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AIM 글로벌 재단은 이른바 ‘오일머니 집행 통로’로 꼽힌다. 매년 중동 최대 투자 포럼인 ‘AIM(Annual Investment Meeting)’을 개최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에 UAE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각 부처 인사가 참여한다.
AIM은 특히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설립 초기 사업 확장 투자금을 유치한 곳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날부터 9일까지 열리는 올해 AIM에는 전 세계 기관 투자가 및 기업가 1만2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AIM에서 UAE의 벤처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AIM 글로벌 재단 합작사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UAE는 글로벌 유명 VC가 찾는 벤처투자 큰손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한 번도 해외 기관과 합작사 설립에는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UAE가 LB인베스트먼트와의 합작사 설립을 한국에 대한 투자 마중물로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UAE는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 당시 한국과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고,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한국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1조원이 넘는 운용자산(AUM)을 갖춘 국내 1세대 VC다. 하이브, 펄어비스, 탄탄(중국 데이팅앱) 등 국내·외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발굴, 17배가 넘는 회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를 이끄는 박기호 대표는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AIM 글로벌 재단이 파트너사로 LB인베스트먼트를 택한 이유도 그간의 투자 성과와 검증된 해외투자 역량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UAE는 한국을 우수 인력과 연구개발(R&D)을 앞세운 혁신 강국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등의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합작 법인 설립으로 중동 자본에 대한 뛰어난 접근성, 한국 VC의 강력한 펀드 수익 창출 능력, 양국 간 상호 이해에 기반한 효과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게 AIM 글로벌 재단 측 설명이다.
다우드 알 쉬자위 AIM 글로벌 재단 회장은 “LB인베스트먼트와의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VC 업계에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릴 것”이라며 “세계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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