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가 있는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스노우볼로 작용해 양국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네이버의 대응에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8일 2023년 실적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5시부터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이 직접 실적과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이 자리에서 총무성의 행정지도 관련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최근 두 차례의 행정 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축소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말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약 44만 건의 라인 메신저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 조치를 요구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사실상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내용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 요구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라인야후는 일본 국민 메신저앱 \’라인\’을 개발·운영하는 회사로, 2019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경영통합 합의에 따라 출범했다. 양사는 라인야후의 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A홀딩스의 주식을 단 1주라도 뺏기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는 구조다. 소프트뱅크의 실적 발표는 오는 9일 진행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네이버의 해외 시장 공략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절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정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인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의 디지털 경제에서 한 국가의 주권과 영토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디지털 공간과 주권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며 “지금 라인을 뺏긴다면 네이버는 지금까지 쌓아온 해외 진출 역량과 기반이 송두리째 뽑힐 수밖에 없으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3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중장기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써 현재 라인야후 지분 매각 건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도 긴밀히 협의 중이며, 입장이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역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 사안”이라며 “네이버의 요청 사항을 전적으로 존중해 문제에 임하고 있으며,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대응 방향은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실적 발표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라인 사태가 네이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네이버와 소프트뱅크·라인야후 간 사업 협력이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라인야후와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이 경우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네이버가 몇 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면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고, 일본 이외에 대만, 태국 사업과 라인망가, 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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