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검찰이 허영인 에스피씨(SPC) 그룹 회장이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숫자를 줄여서 시위할 수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와해 작업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기소 됐다.
지난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허영인 에스피씨(SPC) 그룹 회장이 황재복 대표이사에게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 1월 허 회장은 서울 서초구 본사 회장실에서 황 대표이사에게 “파리바게뜨지회는 1인당 1만 5,000원씩 월급에서 조합비를 공제해 (매달) 약 1,000만 원에 가까운 조합비가 징수되니 그 돈으로 매일 시위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이러한 지시는 당시 파리바게뜨지회가 임금 인상 등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허 회장 자택 근처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을 때 이뤄졌다. 황 대표이사는 노무관리 총괄 전무 등에게 “더 이상 파리바게뜨지회와 같이 갈 수 없다”며 허 회장의 지시를 전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민주노총 와해 작업은 21년 3월부터 황 대표를 거쳐 허 회장에게 수시로 보고됐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허 회장은 “왜 실적이 적냐, (노조원들) 정리를 안 하나. 속도가 늦다”며 황 대표이사를 질책하고,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종용 작업을 더욱 신속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와 같은 발언들을 근거로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민주노총 조합원 없는 일명 ‘클린 사업장’을 목표로 한 노조 와해 작업이 에스피씨 기업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떠 검찰은 지역 사업부장들은 중간 현장관리자(BMC·FMC)들에게 ‘조합 탈퇴 실적’을 독촉했고, 이에 일부 현장관리자들이 매장이나 집 근처로 제빵기사들을 직접 찾아가 ‘승진이 안 될 수도 있으니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라’고 종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일부 사업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민주노총 노조 소속 기사는) 시위에 참석했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승진인사 결과 민주노총 노조 조합원인 승진 대상자 중 6%만 승진하는 등 불이익을 입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민주노총 조합원 570여 명 중 560여 명이 노조에서 탈퇴했다.
허 회장이 2017년 12월 ‘민주노총 힘 빼기’를 위해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허 회장이 황 대표이사에게 사실상 ‘어용노조’인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조(피비노조)가 설립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사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피비노조가 당연히 설립돼야 한다”며 “피비노조와 앞으로 잘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7월에는 민주노총 소속의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근로자 대표로 선출되자, 허 회장은 이를 문제 삼아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노사관리를 어떻게 해서 이런 식으로 결과가 나오느냐”며 노사책임자를 경질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피비노조 조합원 수를 과반수로 늘려 임 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박탈하도록 지시했다. 실제로 임 지회장은 민주노총 노조 조합원 수가 급감하면서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했다.
허 회장은 한국노총 소속 피비노조의 운영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2022년 에스피씨 그룹을 대상으로 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허 회장은 “피비노조에 부탁해서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에 응하지 않겠다”는 황 대표이사의 보고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피비노조 쪽은 사회적 합의 이행에 반발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 노사 갈등을 ‘노노 갈등’으로 비치게 만들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임삼빈)는 지난달 2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허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에스피씨와 계열사인 피비파트너즈 전현직 임원 16명, 피비파트너즈 법인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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