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당초 1조6000억원 규모로 예정됐던 KF-21의 개발 분담금을 3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제안하면서, 향후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KF-21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자금난 등을 이유로 당초 합의했던 초도 물량 구매 규모까지 줄인다면 KF-21 1대당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우주기업 PTDI와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기존에 납부했던 약 3000억원 외에 추가로 3000억원을 더해, 총 6000억원의 KF-21 개발 분담금을 2026년까지 납부하겠다고 최근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 인도네시아는 약 1조6000억원을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완납하기로 했으나 자국 경제 사정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약 3000억원만 납부한 채 지급을 미뤄 왔다.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적게 내는 대신 관련 기술도 덜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도네시아 기술진은 올 초 KF-21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17일 KAI에 파견돼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KF-21 관련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가지고 나가려다 적발됐다. KAI는 “핵심 기술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과거 수년간 기술을 빼왔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초도 도입 물량까지 축소하면 KF-21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공군은 KF-21의 초도 생산 물량인 블록-1 40대와 1차 성능 개량형 블록-2 80대 등 총 120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공동 개발국 인도네시아는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블록-1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다.
통상 전투기 플랫폼을 다른 국가와 공동 개발하면 개발에 참여한 나라가 해당 전투기를 도입하기 때문에 초도 양산 물량 대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고 시장 경쟁력이 높아진다.
실제 미국과 영국을 포함해 9개 국가가 개발 비용을 투자한 F-35 전투기의 경우 생산군 1번(Lot 1)인 전투기 가격은 대당 2억4120만달러(약 3270억원)에 육박했으나, 개발 참여국들의 잇단 구매로 양산 물량이 늘면서 Lot 14에는 7790만달러(약 1050억원)까지 하락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상반기 중 KF-21 20대를 우선 계약하고, 나머지 20대는 공대공 무장 검증시험을 마친 뒤 추가로 계약할 예정이다. KF-21의 대당 가격은 아직 정확하게 산정되지 않았으나 초도 양산 물량 40대 전력화에 생산시설, 시뮬레이터, 지원장비, 군수지원 등을 모두 포함해 7조92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단순히 전투기 대수로 나누면 대당 2000억원 수준이다.
향후 수출 시장에서 KF-21의 경쟁 기종이 될 전투기는 프랑스의 ‘라팔(Rafale)’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2년 라팔 42대를 81억달러(약 10조9900억원)에 구매한 이력이 있다. 대당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600억원이나 여기에는 후속 군수 지원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 순수 전투기 가격은 대당 1억달러(약 13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경쟁 상대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역시 여러 차례 양산을 거쳐 1대당 가격이 1억유로(약 1460억원)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의 가격을 1000억원 언저리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앞서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 3월 방한한 수틴 클랑셍 태국 국방부 장관 등에게 KF-21의 대당 가격이 8000만달러(약 108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AI 관계자는 “정확한 가격은 개발을 마친 뒤에야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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