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한 단기 자금이 급증하면서 투자자 관망 심리가 짙어졌다. 월 초 공개된 금융당국과 유관 기관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별거 없다”는 평가가 나오며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대 규모인 82조5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4월 30일)보다 1조1676억원(1.43%) 늘어난 수치다.
주식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투자자예탁금’도 전일 대비 1조5602억원(2.73%) 증가해 올해 둘째로 큰 58조7908억원을 기록했다. 만기가 짧은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단기금융펀드(MMF)’ 설정액도 200조2864억원으로 전날보다 3조1491억원(1.60%) 많아졌다.
이날은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과 유관 기관이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2차 세미나’를 진행한 날이었다. 이 현장에서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올해 2월부터 주시해 온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됐다.
국내 증시에서 투자 대기성 단기 자금은 2차 세미나에서 발표를 앞둔 전날 가이드라인 내용을 관망하는 투자 심리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단기 자금은 오히려 더 늘어 역대급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베일을 벗은 가이드라인 내용이 여전히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증권가는 2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 밸류업 정책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당국 발표 내용과 시장 기대 간에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증권 연구원은 “1차 세미나에서 다소 추상적인 안건이 많았던 만큼 (2차 세미나에서) 구체적 내용을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라며 “경제부총리·금감원장의 밸류업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실망감을 뒤집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법인세 경감과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는 추가 지원 방안으로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시장이 기대하는 세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시장의 기대와 밸류업 진행 과정 간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 이후 국내에서는 대기업 지주사, 자동차, 금융 등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 ‘저주가수익비율(PER)주’ 등이 밸류업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 여지가 큰 이들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현재까지 주주환원 정책 발표 기업은 PBR이 낮으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지주·자동차·금융이 가장 많고 반도체, 통신도 함께하고 있다”며 “대부분 대기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현실화하면서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단기적인 시장 흐름은 이번 주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리는 종목 장세로 돌아갈 전망이다. SK증권은 ‘어닝 서프라이즈’ 흐름을 타고 증시가 반등할 여지가 크다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벤트가 큰 이슈 없이 지나가 다시 시장 관심이 개별 실적에 맞춰질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은 오는 10일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5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CSI)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경제지표 둔화, 소비심리 약화,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떨어져 통화정책 불안심리가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채권 금리와 달러 안정이 지속돼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코스피에서 외국인 현·선물 매수로 이어져 코스피가 2차로 기술적 반등을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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