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만 간다. 아파트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빌라 시장은 매매는 물론 전세와 경매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빌라 수요와 공급의 핵심인 임대차 시장이 무너진 만큼 단기간 내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6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3월 전체 주택 매매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0.9% 늘면서 반등했다. 거래량 증가를 이끈 것은 아파트다. 빌라 거래량은 줄었다. 3월 기준 주택 매매량은 5만2816건으로 이 가운데 아파트는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한 약 4만 건으로 집계됐다. 비(非)아파트는 1만2000여 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했다.
빌라는 거래량 침체와 함께 가격 내림세도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3월 전국 기준 98.2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월 100.3에서 우하향 중이다. 작년 하반기 아파트값 회복기 당시 98.6에서 98.7로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깡통전세 우려도 여전하다. 부동산원 임대차 사이렌에 따르면 빌라 전세가율은 재차 오르고 있다. 전국 빌라 기준 최근 3개월 전세가율은 71.6%로, 1월 70.9%와 비교해 0.07%포인트(p) 올랐다. 지방은 3월 74.5%로 1월 72.6%와 비교하면 전국 평균 오름폭의 두 배 수준인 1.9%p 상승했다. 서울 기준으로는 1월 70.4%에서 3월 71.1%로 올랐고, 특히 중구(84.5%)와 서대문구(82.8%), 강서구(80.1%) 등은 3월 기준으로 깡통전세 위험 수준인 전세가율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빌라 전세 시장은 전세 사기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줄고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올해 초 빌라 전세가율이 70%대로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전셋값 내림세보다 매맷값 낙폭이 더 커지면서 전세가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재로 실거주와 소유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임대를 기반으로 한 투자 목적이 더 강한 주택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며 “전세 사기 등으로 빌라 전세 시장이 무너지고 월세로 재편되면서 전세와 매매가격이 함께 하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빌라 매매시장은 아파트 시장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전망도 불투명하다. 기존 빌라 시장은 아파트 시장이 먼저 회복세를 보이면 뒤따라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 빌라 시장은 침체 일변도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빌라 시장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매매시장 선행 지표인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기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법원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 따르면,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 경매 6계에서 진행된 구로구 S빌라 전용면적 42㎡형 경매 최종 낙찰가는 최초 감정가 2억8200만 원의 68% 수준인 1억9300만 원으로 결정됐다. 응찰자도 2명에 그쳤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의 낙찰률은 15.0% 수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매월 상승해 지난달 47%를 넘겼다. 이는 2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윤 위원은 “최근 빌라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측면이 강해서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빌라 공급이 줄면서 빌라값이 오를 순 있겠지만, 이는 오랜 시간 뒤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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