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완화 규제’ 경과조치 적용에도
7개사 금융당국 마지노선조차 못 넘어
보험사들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의 지난해 말 성적표가 일제히 공개됐다. 대부분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중·소형사들 상당수는 시한부 완화 규제인 경과조치를 적용 받지 못했더라면 금융당국이 정한 마지노선조차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 간 자본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소형 보험사들이 재무 건전성 개선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22개사 중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은 라이나생명이 33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 336.0% ▲KB라이프생명 329.8% ▲AIA생명 304.2% ▲신한라이프생명 250.8% 순으로 K-ICS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K-ICS 비율은 지난해부터 새로 도입된 보험사의 자본력 평가 지표다.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에 맞춘 지급여력 제도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된다. 보험업법에서는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빅3 생보사 가운데서는 삼성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이 218.8%로 최고였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해당 수치는 각각 193.8%와 183.8%였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이 4777.2%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밖에 손보사들은 ▲신한EZ손해보험(469.4%) ▲서울보증보험(437.3%) ▲캐롯손해보험(281.3%) ▲삼성화재(272.3%) 등 순으로 집계됐다.
생·손보사 통틀어 경과조치 적용 전 K-ICS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못 넘기는 곳은 총 7곳으로 집계됐다. 푸본현대생명이 24.0%로 가장 낮았으며, 그 외 ▲KDB생명(56.7%) ▲MG손해보험(64.0%) ▲IBK연금보험(80.1%) ▲교보라이프플래닛(121.5%) ▲하나생명(122.2%) ▲ABL생명(130.0%) 등이었다. 하나손해보험(153.1%)을 비롯해 ▲흥국생명(158.2%) ▲DGB생명(162.3%)은 금감원 권고치를 가까스로 넘겼다.
다만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생보사의 K-ICS 비율 순위는 뒤바뀐다. 경과조치는 금융당국이 K-ICS 비율 도입 초기 보험사들의 재무 충격 완화를 위해 도입한 일종의 완충 장치다. 신청한 보험사에만 K-ICS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신규위험액 측정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는 최대 5년 간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을 수 있다. 현재 ▲생보사 12곳 ▲손보사 6곳 ▲재보험사 1곳이 적용받고 있다.
경과조치 적용 시 생보사에서는 NH농협생명의 K-ICS 비율이 363.5%로 가장 높았고, KDB생명은 117.5%로 가장 낮았다. 손보사의 경우 경과조치 전과 후 순위 변동이 없었다. MG손보는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76.9%로 보험업법에서 규정한 100%을 크게 밑돌았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자본이 부족해 킥스 비율을 못 늘리는 상황”이라며 “일부 보험사의 경우에는 경과조치 이후 5년이 지났을때도 현재처럼 킥스 비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말했다. 이어 “납입해 자본금을 늘리던지, 하이브리드 증권 통해 늘리는 방법이 있는 만큼, 적정 킥스 비율을 맞춰 소비자들에게도 신뢰성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중·소형사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 비율이 보험사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이긴 하지만, 연금보험 상품을 가진 보험사의 경우 현 고금리 기조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정 지표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낮은 재정 건전성 지표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도 못 받아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중·소형사에 대해 세밀한 유예 조치를 적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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