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지난달 배상금 지급을 완료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고객 6명 중 4명이 자사 임직원과 임직원 직계 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 보전이 시급한 고객이 아닌 배상 협상을 빠르게 마칠 수 있는 임직원을 우선 선별해 ‘보여주기식 배상’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금을 받은 고객 수는 총 50명이다. 우리은행 23명, 하나은행 13명, 국민은행 8명, 신한은행 6명 순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자율 배상을 마친 고객 6명 중 3명이 임직원, 1명이 임직원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도 배상 완료 고객 명단에 임직원이 1명 포함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초 홍콩 H지수 ELS 배상 당시 합의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 중 직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 있었다”며 “5월 초부터 본격적인 배상을 가장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 압박에 배상을 조속히 개시했으나, 일반 고객의 경우 배상 협상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임직원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군말 없이 빠르게 도장 찍을 수 있는 직원들을 동원해 배상 사례를 만든 것 아니냐”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배상이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금융 당국 책임론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신속 배상’을 이유로 자율 배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은행들이 이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총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말이 나왔었다. 금융 당국의 대응이 미진할 경우 자칫 15만명에 달하는 홍콩 H지수 ELS 투자자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자율 배상을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도 마치지 못한 은행들이 3월 말 “첫 배상금 지급을 완료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점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리한 은행 ‘등 떠밀기’로 인해 벌어진 촌극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달부터 홍콩 H지수 ELS 손실에 대한 본격적인 배상에 착수한다. KB국민은행은 “5월 중 본격 배상 절차에 돌입한다”며 “1~10차로 나눠 1~2주 단위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도 오는 13일 분조위를 열고 은행별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 비율을 책정하고, 은행과 투자자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기준으로 은행들도 배상 비율 등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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