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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다” 진단업계, 미국 거점 ‘클리아랩’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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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없이 현지 제품 진출 ‘지름길’…“규제 변화 대응 전략 필요”


국내 진단 전문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위치한 ‘클리아랩(CLIA lab)’에 주목하고 있다. 시설을 인수해 미국 내 자사 제품을 빠르게 도입하고, 미국을 거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전략이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진단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내 클리아랩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 연구실 ‘클리아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표준 인증제도 클리아(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 CLIA)를 통과한 기관이다.

의료기관을 고객으로 사업을 벌이는 ‘진단검사 수탁기관’이 클리아랩의 사업 방식이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검체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 병원에 제공하는 진단 업무 대행 기관인 셈이다.

클리아랩은 외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지름길로 꼽힌다. 해당 기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실험실개발테스트(LDT)를 FDA로부터 별도로 승인받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외국 기업이 미국 내 클리아랩을 두고 있으면, 자사의 제품을 해당 클리아랩의 LDT로써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 FDA의 정식 승인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 중 엔젠바이오는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클리아랩 ‘탑랩(TOPLAB)’ 인수를 발표했다. 엔젠바이오에 따르면 탑랩은 지난해 혈액검사와 마약검사 서비스를 통해 약 800만 달러(10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형 병원, 제약사, 암센터가 몰린 뉴욕과 펜실베니아주에 인접해 있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 엔젠바이오의 기대다.

엔젠바이오의 클리아랩 인수는 벌써 두 번째다. 앞서 3월에는 샌디에이고주에 위치한 기관을 인수한 바 있다. 해당 기관은 국내 기업인 ‘베르티스’가 2022년 설립했다. 엔젠바이오는 베르티스와 1월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진단 기술, 암 진단, 치매 진단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지난해 10월 콜로라도주 소재 ‘GDX랩(GDXLab)’을 인수했다. GDX랩은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공적 건강보험 제도 중 하나인 ‘메디케어’ 청구를 할 수 있는 ‘MOLDX’ 승인도 획득한 상태다. EDGC는 GDX랩을 통해 미국 세인트존스 암연구소와 시티 오브 호프 국립 메디컬 센터 등 의료기관에 자사의 암 진단 서비스 공급을 추진 중이다.

랩지노믹스 역시 지난해 8월 뉴저지주의 큐디엑스(QDx Pathology Services)를 인수했으며, 올해는 2개의 기관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목표다. 랩지노믹스는 큐디엑스에서 암, 유전 질환, 감염 질환, 대사 질환 등을 겨냥하는 분자 진단 서비스를 도입해 미국 사업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인수 초기인 만큼,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클리아랩 확보가 안정적이고 뚜렷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서 진단 기업들이 위축을 거듭한 만큼, 클리아랩이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는 업계 기대가 모인다.

다만, FDA의 클리아랩 관련 규제 변화가 예고되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FDA는 올해 안으로 클리아랩에서 사용하는 LDT 역시 FDA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진단·바이오기업 관계자는 “클리아랩 인수 비용으로 수십 억 원을 지출한 상황에서,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였던 LDT 규정이 바뀐다면 인수 당시 예상했던 만큼의 매출과 사업 확장을 이루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라며 “제품 진출과 지속적인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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