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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코앞··· 혼란 불보듯

아주경제 조회수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이달 말쯤 21대 국회 막차를 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수석을 차지하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무난히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막대한 재정 투입을 이유로 개정안 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오는 27~28일 중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추후 HUG 등이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국무회의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어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되고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만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선구제 후회수를 담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막대한 규모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내년 5월까지 피해자가 현재 1만5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최대 3조~4조원까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후 15일 안에 이를 수용할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의결해 윤 대통령이 재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재표결을 통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시킬 수 있다. 200표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21대 국회에선 사실상 힘들다. 

국회 보좌관 출신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야당이 본회의에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개월 안에 법 효력이 발생해 바로 시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개정안에는 채권 매입기준 등이 모호하게 명시돼 있어 당장 법 시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30일 서울 영등포구 KFI타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 관련 토론회에서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채권 매입 기준이나 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고 실질적인 지원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특별법 적용 대상, 형평성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HUG가 매입하는 구상 채권은 부실채권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커 막대한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전세 사기에만 ‘선구제 후회수’ 방식을 적용하면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기금은 세금이 아니다. 청약에 납입한 사람들의 돈인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쓸 수 있는지도 불명확한 만큼 명확한 원칙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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