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올해 2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중심으로 한 의료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입시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는 동시에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파격적인 건강보험 수가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은 국민의 89%가 찬성(보건의료노조 2023년 12월 설문조사)하는 압도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시작됐다.
정부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매년 400명씩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안이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후 4년 만에 다시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만큼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료 개혁은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며 추진 동력이 많이 꺾인 상태다. 무엇보다 12주째 지속되는 의정(醫政) 갈등과 의료 공백에 국민들의 불편과 피로감이 누적되며 여론도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은 2월 19일부터 집단으로 의료 현장을 이탈해 아직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며 “3개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했다. 의료계에서도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선언하는 등 서로가 주고받는 말 폭탄의 크기는 점점 강해졌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됐지만 의정 갈등을 해소할 분수령은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자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미루는 등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4월 4일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140분간 면담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정부의 대응이 보다 유연해진 것은 총선 직후다.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년도 대입 의대 정원에 한해 대학 자율로 기존 증원분의 50~100% 선에서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를 대신해 병원을 지키던 전국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휴진’을 단행하며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회장이 취임하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경질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라도 빨리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의료 개혁이 지역·필수의료 회생에 꼭 필요한 정책인 만큼 양측이 만나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