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아내 B씨는 지난해 10월 남편이 술을 마시고 귀가하자 폭력을 우려해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새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죽여버린다. 불 지른다”고 소리치며 일회용 라이터로 현관문 아래쪽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였다.
B씨가 곧바로 물을 부어 불은 1분도 되지 않아 꺼졌지만 현관문 내부가 그을렸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A씨가 사람이 현존하는 건물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보고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려면 불이 매개물을 떠나 건물 자체에 독립해서 타오를 가능성을 인식·용인하는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A씨 사례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A씨와 B씨는 수사 기관에 A씨가 불을 붙인 이유에 대해 단지 “겁을 주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이유는 배우자에게 겁을 줘 현관문을 열고 주거지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파트 건물에 독립적으로 타오를 정도로 불을 붙이는 것은 이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사건 당시 집 앞 호실에는 다른 가족도 거주했는데 A씨가 불을 질러 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의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현관문 근처에 소화기가 있다는 점도 A씨가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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