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최근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이 국내 산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도 남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의 임원 가운데 여성이 10명 중 1명 수준에 그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여전한 유리천장…카드사 여성 임원 비율 12.8% 그쳐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임원은 총 250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32명(전체의 12.8%)에 그쳤다. 전업 카드사의 여성 직원이 총 4869명인 것을 고려하면 임원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 BC카드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신한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가 각각 3명, KB국민카드 2명, 우리카드 1명 순이었다.
여성 임원 숫자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역할조차 남성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현대카드, 삼성카드 정도가 리스크관리 같은 핵심 부서에 여성 임원을 배치한 반면 나머지 카드사의 경우 사외이사, 소비자보호 등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리천장’ 문제는 카드사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며 매년 여성 인력 육성과 성평등을 위한 경영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성 승진 문제를 비롯한 여전히 남녀 불평등 이슈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자산 2조원 이상인 총 74개 금융회사의 여성 등기이사 현황을 살펴보면 등기임원 461명 중 여성 등기이사는 52명에 불과,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능력주의’ 인사 현대카드, 유리천장 해결 모범 사례
카드업계에선 유리천장 해결의 모범 사례로 현대카드를 꼽고 있다. 현대카드는 2009년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한 이후 꾸준히 여성 임원을 중용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 비중은 2021년 16.1%에서 2022년 17.8%, 2023년 19.8%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은 12명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고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 역시 회사의 핵심 부서를 비롯해 다양했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들은 리스크 관리, 브랜드, 재무, 정보보안, 마케팅, 상품, 감사, 디지털 등 회사 내 많은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재무와 감사 등 기존에 남성 임원이 독점하던 업무를 여성들이 맡고 있다.
이렇듯 현대카드가 남녀, 나이 등의 문제에 차별을 두지 않는 배경에는 능력주의 인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임직원 평균 나이는 작년 말 기준 38.4세로 경쟁사(46.9세) 대비 크게 낮다. 여성 임원 12명 가운데 가장 젊은 임원은 40대 초반(1982년생)에 불과할 정도다.
실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 1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대카드의 여성 임원이 많은 것은 딱히 자랑거리가 아니다”라며 “현대카드는 임원 선출에 남자, 여자 개념이 없는 회사다. 여성 임원 숫자를 세어 본 적조차 없다. 최선을 다하는 임원만 있을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카드사들이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카드는 시대에 맞는 변화를 통해 남녀평등의 모범 사례로 발돋움했다”며 “타 카드사들도 능력 있는 여성 직원을 과감하게 기용해 업계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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