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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최대 75%까지 경감될 전망이다.
위반 건축물에 해당되는 사실을 모른 채 건물을 샀다가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이지만, 이태원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불법 건축물이 지목되고 있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위반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의 감경 비율을 최대 50%에서 75%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음 달 2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건축법 시행에 따른 것이다. 개정된 건축법은 위반 건축물 소유주의 이행강제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해 허가권자인 지자체의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주어진 기간 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건물 소유주에게 부과되는 벌금이다. 무단으로 건축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 변경한 건물이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다.
가령 일조나 사선 제한으로 건물을 짓지 못하는 베란다, 옥상을 불법 증축하거나 필로티 주차장이나 1층 외부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만드는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이에 해당한다.
또 저층부에는 근린생활 시설, 상층부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복합 용도로 배치한 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불법 임대하는 ‘근생빌라’도 불법 건축물에 해당한다. 내부에 벽을 세우는 ‘방 쪼개기’로 세대 수를 늘린 주택도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다.
개정 건축법은 위반 행위 이후 소유권이 변경됐거나 임차인이 있어 임대 기간 중 위반 행위 시정이 어렵고, 사용 승인 이후 실태 조사 과정에서 위법이 확인되는 등 위반 사항을 즉시 시정하기 어려울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의 감경 폭을 최대 50%에서 75%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위반 건축물인 줄 모르고 건물을 샀다가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이행강제금 감경 폭 확대를 반대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총선 전 막판 법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건축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특히 다세대·다가구 주택 소유주들의 이행강제금 감경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계형’ 임대인일지라도 이행강제금을 계속해서 감경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자체가 조례로 한정된 기간(1∼2년)에만 이행강제금을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해졌다.
다만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불법 증개축이 만연하고, 지자체들이 제대로 된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이행강제금까지 완화될 경우 불법 건축물이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이태원 참사 직후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행강제금을 상향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미풍’에 그쳤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은 본관 뒤편 테라스에서 주점을 운영하며 불법 증축을 했다. 해밀턴호텔 대표는 지자체로부터 위반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두 차례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받았지만, 시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행강제금보다 불법 건축물을 통한 수익이 더 많다 보니 건물주들은 이행강제금을 내고 불법 건축물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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