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업계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지갑이 기대만큼 열리지 않으면서 떠났던 중국 보따리상의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따리상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송객수수료’를 올려야 한다. 문제는 송객수수료 인상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월 매출 1조원 회복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866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29.6% 늘어난 수치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 2월 9152억원까지 뒷걸음질치며 202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다행히 한달여 만에 다시 1조원선을 회복하며 면세업계에서는 ‘바닥은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매출액 성장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지난 2월 6633억원에 불과했으나 3월에는 9326억원까지 회복됐다. 면세점 형태별로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내면세점이 2월과 비교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3월 9616억원으로 전월(6943억원)보다 38.5% 늘었다. 이 중 89.0%인 8564억원이 외국인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면세점 3월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3월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2.9% 적은 데다, 외국인 매출액은 9.1% 적다. 엔데믹 이후 입국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고 지난해 중국 정부도 8년 만에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했음에도 기대만큼 매출액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면세점에 많이 방문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중국 노동절 연휴, 일본 골든위크 등의 특수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 관광객들이 다수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별 관광객이 대다수인 이들이 지갑을 얼마나 열지 알 수 없어서다.
최근 재개된 방한 인센티브 관광에 대한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크지 않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입국한 중국 제약사 단체관광을 시작으로 연내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관광으로 27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 침체로 ‘큰 손’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지갑마저 닫힌 상황이다.
송객수수료 인상
결국 매출 회복을 위해서는 보따리상을 다시 면세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송객수수료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그리고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과거 면세점들은 중국의 한한령으로 단체 관광이 막힌 데다, 팬데믹까지 이어지자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크게 늘렸다. 2021년에는 송객수수료가 3조8435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면세점들은 지난해부터 송객수수료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관세청은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보고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에 반영하는 등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면세점업체들은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반면, 보따리상의 방문이 줄면서 매출액도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보다 22.8% 줄었다.
면세점들에게 매출액은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면세사업자에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몸집을 키워 바잉 파워를 확보해야 원가 경쟁력을 갖는 한편 수익성을 늘릴 수 있다. 최근 면세업계에서 다시 송객수수료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송객수수료 인상은 곧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게다가 면세점의 수익성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1분기 매출이 8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77% 급감한 59억원에 머물렀다. 아직 실적 공시를 하지 않은 다른 면세점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출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 송객수수료 인상에 대해 고려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아직 수수료 인상을 감당할만큼 실적을 회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