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6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 넘게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회사들도 있다.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가 까다로워진 데다 임원 및 부서장 인사가 늦어지며 상장 심사의 지연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규 상장(스팩과의 합병 상장 포함)을 위해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부의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회사는 총 66개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기다리는 회사는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 변압기 부문 1위 중소기업인 산일전기, 콘크리트 펌프카 업체 전진건설로봇 등 3개다. 이들은 각각 지난 3월 5일, 4월 12일, 15일에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거래소의 현행 상장 규정 상 상장예심 기간이 45영업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증권시장의 상장 심사는 적체됐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코스닥시장이다. 총 63개 기업이 예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중 일부 기업은 9개월 넘게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신약 개발 전문 업체 노브메타파마는 지난해 7월 27일 SK증권8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후 여러 차례 코스닥시장의 문을 노크했다. 이번이 네번째 시도다.
코스닥시장 직상장을 시도 중인 기업 가운데서는 유라클이 가장 오랜 기간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유라클은 작년 9월 8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심사 결과를 못 받고 있다. 심사가 길어지며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유라클의 장외주가는 지난달 4일 3만23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2만2100원까지 내린 상태다.
그 외에도 진단용 단백질 효소 제조 업체 엔지노믹스(작년 9월 26일 청구), 최첨단 생체현미경 전문 업체 아이빔테크놀로지(작년 9월 26일 청구), 핀테크 O2O 전문 업체 원투씨엠(작년 10월 25일 청구) 등이 줄줄이 예심을 기다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거래소의 상장예심 기간은 45영업일이다. 이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8~9개월이 지나도록 결과가 안 나오는 건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파두가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이후, 기술 기업들에 대한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조가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심사를 자진 철회하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총 8개 기업이 심사 철회를 택했다. 연초 하이센스바이오, 노르마를 시작으로 코루파마·나노시스템·이브로드캐스팅·대신밸런스제18호스팩·씨엔티테크·루리텍이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통상 심사철회는 거래소가 미승인 결정을 내릴 만한 상황에 발생한다. 회사가 영업, 재무현황, 경영환경 등 거래소의 질적 심사 기준을 넘지 못했을 때, 거래소가 직접 미승인 결정을 내리는 대신 기업이 스스로 심사를 철회하는 것이다.
임원 및 부서장 인사가 늦어진 것도 상장 적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거래소 임원 인사는 신임 이사장 인선 이후 곧바로 진행되는데, 정은보 이사장의 인선이 지연되며 임원 인사도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는 지난달 5일에야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으며, 부서장 인사는 같은달 23일에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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