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탈탄소 규제 강화로 각광
삼성전자, 존슨콘트롤즈 HVAC 사업부 인수 물망
LG전자, HVAC 사업 매출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
‘미래 사업’으로 불리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두고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만간 두 회사가 HVAC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으로 유럽의 ‘탈 탄소’ 규제 강화가 꼽힌다. 친환경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히트펌프가 각광받고 있는데, 국내 두 전자 회사가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 HVAC 전문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미국계 다국적 기업 존슨콘트롤즈가 HVAC 사업부를 최근 매물로 내놓았는데 그 인수 후보군 중 하나가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4년 미국 공조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는 등 공조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다. 존슨콘트롤즈를 인수한다면 빌딩 등에 들어가는 업무용 냉난방 기기를 공급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전자는 HVAC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연간 1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 발표회’에서 가정‧상업용 HVAC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조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조인트벤처(JV)나 M&A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근 지분 투자 정도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모두 아직은 구체적인 HVAC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향후 유럽의 친환경 정책이 국내까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최대 전자회사인 두 회사가 HVAC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규모는 584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 610억 달러 규모로 매년 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난방공조 전공인 한 대학교수는 “‘오존층 파괴 지수(ODP)’나 ‘지구 온난화 지수(GWP)’ 등 유럽에는 여러 규제가 있고, 이에 여러 기업은 규제를 피해가며 친환경적인 냉매를 적용한 에어컨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는 지금 유럽과 미국에만 있지만 곧 우리나라도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냉난방공조는 유럽 시장에서도 아직 확장성이 큰 분야로 우리나라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은 곳”이라며 “러시아 전쟁 등의 이유로 가스비가 폭등하는 가운데 전기를 활용하는, HVAC의 핵심 히트펌프 분야가 더 개방되고 있어 어떤 기업에든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해외 현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M&A를 통해 그들의 영업망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현지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영업망 등을 보고 M&A를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만든 것 역시 LG전자의 모터 기술력과 마그나의 영업망으로 시너지 효과를 보자는 의도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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