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을 매매하면 처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달 28일(현지시각)부터 2영업일(T+2)에서 1영업일(T+1)로 단축될 예정이어서 국내 증권가가 분주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영업일 단축과 함께 결제 전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주식 매매 관련 결제 지시서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증권사와 예탁원은 짧아진 결제 기한을 맞추고자 인프라 정비와 인력 보충에 나서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매매하면 증권사는 매매 내역에 대한 결제 지시서를 뉴욕 증시 마감(한국 시각 오전 5시) 후 당일 오전 8시 30분까지 예탁원에 전송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뉴욕 증시 마감 후 당일 오후 5시까지 보냈는데, 이달 말부터 그 시간이 확 앞당겨지는 것이다.
미국 주식을 한국에서 직접 결제할 수 없는 예탁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결제 지시를 모아 미 외화증권 보관기관인 씨티은행에 보낸다. 씨티은행은 이를 미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전달해 결제를 진행한다.
미 주식 결제와 관련해 증권업계가 분주해지는 건 SEC가 결제일을 T+2에서 T+1로 하루 앞당기고 확인(affirmation) 절차라는 의무 사항을 새롭게 신설했기 때문이다. SEC는 “결제 불이행 가능성을 줄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은 확인 절차 마감 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정했다. 한국으로선 미국과 시차를 반영하면 뉴욕 증시 마감 후 오전 10시까지 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예탁원은 증권사의 결제 지시를 확인하는 과정과 DTCC로 보낸 후 처리되는 시간을 고려해 국내 증권사의 결제 지시 마감 시간을 오전 8시 30분으로 안내했다. 기존 오후 5시에서 반나절 이상 짧아지게 된 이유다.
예탁원은 빠듯해질 마감 시간에 대응하고자 최근 1시간 내 약 7만건의 결제 지시를 처리할 수 있도록 국제금융결제망(SWIFT) 성능을 개선했다. 통상 1거래일 동안 발생하는 미국 주식 결제 지시 건수는 약 6만건이다. 또 예탁원은 결제 주기 단축일에 맞춰 업무시간도 오전 7시로 조정했다. 제도 도입 초반 오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금요일 장 마감 결제 자료 처리를 위해 토요일에도 근무한다.
증권사가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해 DTCC가 확인 절차를 제시간에 받지 못할 때는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 현행 미국 주식 결제 방식은 아이디(ID) 결제, 야간 배송 결제(Night Deliver Order·NDO), 당일 배송 결제(Date Deliver Order·DDO) 등 세 가지다. 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 내역은 ID 결제로 진행된다. 확인 절차를 받지 못하면 시간에 따라 NDO·DDO 방식으로 진행되고, 이때 DTCC가 추가 수수료를 부과한다. 수수료는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도 결제 주기 단축에 맞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부터 해외주식 주문팀 야간 데스크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해외주식파생팀 나이트 데스크 부문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간 시차까지 포함해 사실상 3거래일 후 처리됐던 게 2거래일로 짧아진다. 가령 월요일 밤에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한다면, 지금까지는 목요일에 입금됐지만 앞으로는 수요일에 입금된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기준일로부터 3거래일 이전에 매수해야 배당받을 수 있던 것도 하루 앞당겨지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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