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맥주제조기 개발하다 퇴사하면서 자료 빼돌려
1심 벌금형→2심 징역형 집행유예…대법원, 파기환송
LG전자가 개발하려던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제작 순서가 담긴 공정흐름도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전 LG전자 상무 신모 씨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월 LG전자 상무로 영입된 신 씨는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제작 프로젝트를 이끌다 이듬해 4월 퇴사했다. 함께 프로젝트팀에 있던 부장, 차장 등 4명도 신 씨와 동종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순차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은 퇴사 과정에서 회사 컴퓨터로 내부 문서들을 파일명을 바꿔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외부에서 내부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을 빼내는 등 영업비밀 자료를 외부에 유출했다.
이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자료를 토대로 가정용 맥주 제조기 개발을 진행하다 LG전자에 남아있던 팀원들의 신고로 발각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이 반출한 LG전자 사내 문서 중 닐슨리서치 북미 시장조사 결과 등이 담긴 보고서 내용은 영업비밀로 인정했다.
해당 보고서를 이익 목적으로 유출해 업무상 배임죄도 인정된다고 봤지만, 맥주 제조기 제작 순서가 담긴 공정흐름도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 씨에게 벌금 1500만 원, 나머지 5명에게는 각각 7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공정흐름도에 대해선 영업상 주요 자산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가정용 맥주 제조기의 손잡이 부분이 그려져 있는 도면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해회사가 사건 손잡이 부분 도면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개발‧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을 깨고 신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징역 8월에 집형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대법원은 공정흐름도 역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정흐름도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해 이뤄졌더라도 이러한 조합이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며 “전체로서 피해회사 제품의 구성과 구조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통상 이를 입수하기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의 비공지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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