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의 매각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본거지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상(喪)이 있을 때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이 생소한 데다, 상조업을 비교할 만한 기업이 없어 몸값을 책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과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2월 시작된 프리드라이프의 기업 실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본입찰은 하염없이 뒤로 밀리고 있다.
글로벌 PE는 여러 해 전부터 프리드라이프에 주목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조(相助)라는 업(業) 자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외와 달리, 돈을 먼저 내면서 서비스를 예약하는 사업 방식이 생소하다는 것이다.
국내 상조업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의 일종으로 선불식 상조라고 칭한다. 고객이 선수금을 미리 내고 미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의 상조 시장은 장례 보험(Final Expense Insurance)과 프리니드(pre-need) 보험으로 구분된다. 이 중 선불식 상조와 유사한 게 프리니드 보험이다. 프리니드 보험은 보험계약자가 특정 장례식장과 장례용품, 서비스를 사전에 정한 후 사고 발생 시 약정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보험 상품이다.
하지만 프리니드 보험은 주로 보험이나 신탁 등 기존 금융상품에 장례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인 반면, 국내의 선불식 상조는 상조회사가 독자적으로 선불식 할부 거래 형태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또 프리니드는 사망 이후 대금 납입 의무가 없지만 상조회사의 선불식 상조는 사망하면 미납한 약정 금액을 모두 납입해야 한다는 점도 다르다.
일각에선 이런 특수성으로 인한 회계 처리 방식이 난해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상조회사의 선수금은 매년 수천억원씩 쌓이는데 고객의 상이 발생해야 선수금이 매출로 잡히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선수금을 굴려 투자 수익을 만들어내지만 받은 돈은 결국 장기 부채의 성격을 갖는다는데 부담을 느끼는 원매자도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PE들은 프리드라이프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비한다는 점에선 보험과 유사한데 운용 방식 등에선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금융사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하기도 애매하고, 제조사처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따지기도 불명확하다. 해외에선 EV/EBITDA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상조가 아니라 묘지 매매 등 부동산 사업까지 결합된 경우라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
결국 글로벌 PE의 한국 사무소 투자 담당자가 본사 투자심의위원회에 프리드라이프 인수 적정성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투자 담당자들은 ‘오히려 예측 가능한 보험사’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심의위를 설득하는 논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낸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 장기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는 점에선 보험사의 사업과 유사한데 보험업보다 훨씬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어떤 사고를 당하는지 혹은 질병에 걸리는지에 따라 보험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달라진다. 특히 생명보험은 계약 기간도 길고 그사이에 발생할 변수도 예측하기 어렵다. 보험사 인수합병(M&A)에서는 계리법인을 고용해 계약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가치를 따지는 이유다. 반면 상조업은 ‘장례 서비스’라는 단일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험사보다 예측이 용이하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미국의 장례보험과 프리니드 보험은 모두 생명보험의 한 종류로 한국의 선불식 상조와는 차이가 있다”며 “다만 수백가지가 넘는 보험 상품과 달리 단일 상품을 제공하는 상조업에서는 신규 계약과 해약률 등만 계산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평가가 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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