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한아름 기자] 제약업계가 ‘미투(Me too·모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심리가 꺾이며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지만, 포화된 시장에서 비슷한 상표나 제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자사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 장치 강화 등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복합제형 비타민 ‘오쏘몰’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미투'(me too) 제품들도 늘고 있다. 미투제품은 잘 나가는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동아제약이 지난 2020년 독일 프리미엄 건강식품 브랜드 ‘오쏘몰’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오쏘몰 이뮨을 출시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 가운데, 종근당건강, 대웅제약, 고려은단, 일동제약, 동국제약(출시순) 등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오쏘몰은 국내 복합제형 비타민 시장 포문을 연 제품이다. 그간 액상형이나 정제형 한 가지 제형의 비타민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두 가지 이상의 제형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제품은 오쏘몰이 유일했다. 오쏘몰은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며 단박에 동아제약 매출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했다.
오쏘몰 매출은 △2021년 284억원 △2022년 655억원 △지난해 1204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오쏘몰 플래그십 스토어 2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올리브영, 카카오톡 등에 제품 판매 활로를 넓히고 있다.
오쏘몰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종근당건강이 상위 제약사 중에서 가장 빨리 복합제형 비타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종근당건강은 지난 2022년 11월 오쏘몰 제형인 액샹+정제형에 캡슐형도 더한 3중 복합제형 ‘아임비타 멀티비타민 이뮨샷’을 출시하며 단박에 인기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임비타 이뮨샷은 출시 직후부터 3초에 한 병씩 팔리는 ‘3초 비타민’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지난해 8월에만 100만병 이상을 판매했다.
이어 대웅제약이 지난해 5월 ‘에너씨슬 퍼펙트샷’을, 고려은단은 ‘멀티비타민 이뮨샷’을 출시했다. 일동제약, 동국제약도 이듬달에 ‘마이니 부스터 비타민’, ‘마이핏V 멀티비타 이뮨 128’을 출시했다.
이들의 복합제형 비타민은 오쏘몰의 것과 구성이 유사하다. 제품 구성 성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패키지 위에는 정제형이, 아래에는 액상형이 있는 건 같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투 제품이 시장에 난입해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시각과 함께 미투 제품이 아닌 장르의 유사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건기식 시장에서는 1위 제품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미투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는다”며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상위 제약사들이 1위 제품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B기업 관계자는 “복합제형 비타민이라는 카테고리(상품군) 특성상 비슷하게 보이는 것일 뿐, 구성성분은 다 다르다”며 “관련 제품이 다양해지는 건 특정 상품의 시장 독주를 견제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을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C기업 관계자도 “모든 쭈쭈바 제품이 형태가 비슷하다고 해서 미투 제품이 아닌 것처럼, 패키지만 유사할 뿐 기획 의도는 각자 다르다”며 “오히려 해외 제품을 구입해 로열티를 지급하기 보다는 국산품을 애용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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