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7개월 연속↑…무역수지 11개월 흑자
1분기 성장률 1.6%…시장 전망 웃돌아
수출 호조에도 물가·금리에 내수 발목
美 금리인하 미루면서 환율까지 부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실적 개선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내수 회복 속도가 더뎌 하반기 경제 전망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를 비롯한 15대 주력 수출품 가운데 13개가 전년 동월보다 늘었다. 7개월 연속 성장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역시 1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양호한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OECD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OECD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때보다 0.1%p 낮은 2.2%로 수정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다시 0.4%p 높인 것이다.
정부는 OECD 발표에 대해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업황 호조와 예상보다 양호한 내수 회복세를 반영한 결과”라며 “금년도 성장률 전망 2.6%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G20(주요 20개국)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전망이 아닌 실제 경제성장률도 예상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밝힌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前) 분기 대비 1.3% 올랐다. 이는 2021년 4분기 1.4% 이후 최고치다. 시장 전망치인 0.6%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수출이 경제 전망을 밝게 만드는 상황에서도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경제 발목 요소가 여전한 만큼 하반기 경제를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고물가→고금리→내수 침체로 이어져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4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로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 2월과 3월 각각 기록한 3.1%보다는 소폭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정부 목표치인 2%대와는 거리가 상당하다.
특히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한 생활물가지수는 3.5% 상승하면서 여전히 고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밥상 물가’와 직결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올라 소비자 부담을 가중했다.
고물가 상황은 고금리를 지속하게 만들고 있다. 고금리는 내수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최근 내수부진의 요인분석: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KDI현안분석)를 통해 현재 고금리 흐름이 지속할 경우 내수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지난해 상반기 수출 부진과 이후 회복세가 시차를 두고 누적돼 내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제약받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현재까지의 수출과 금리 흐름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내수 위축의 정도는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금리가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정부로서는 금리를 쉽게 낮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물가가 목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안 보여 ‘킹 달러’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간 5.25~5.50%로 동결했다. 연준은 금리 동결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고, 특히 최근 둔화세가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우리 역시 올해 안으로 금리를 낮추기 힘들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 우리가 금리를 낮추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현지 시간)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조지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점이란 표현을 하기 그렇지만 4월 (금통위)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환율에서도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3일 현재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3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1260원 때와 비교하면 8.2%가량 오른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건 내수 부진 때문”이라며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금리 인하가 아니고서는 내수가 반등할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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