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평균 서울 빌라 경매 건수가 2005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악화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대출과 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 경매로 넘어가는 빌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 빌라가 쏟아지고 있지만 ‘빌라왕’ 등 전세사기 사건 이후 빌라 기피 심리가 지속되면서 낙찰율은 10%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주인을 찾지 못하고 경매시장을 떠도는 빌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진행된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월평균 1244건이다. 이는 2005년 1590건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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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는 기준 금리가 3.50~4.50%에 형성됐던 2005년과 2006년 중순까지 월평균 1500건 수준으로 치솟다 차츰 감소해왔다. 0%대까지 기준 금리가 떨어져 부동산이 가격이 급등하던 2020년에는 월평균 빌라 경매 건수가 258건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인상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2021년 317건, 2022년 448건, 2023년 94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경매 낙찰률도 10%대에 불과하다. 10개의 빌라가 경매에 나와도 주인을 찾는 빌라는 두 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해 월평균 낙찰률은 12.7%다. 낙찰률은 2020년 12월 43.28%를 기록한 후 급감하기 시작해 2023년 6월 8.1%까지 떨어진 뒤 10%대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올해는 평균 81.2%에 머물고 있다.
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따라 경매시장은 등락을 보이지만 최근 쏟아진 빌라 매물은 빌라 경매가 급증했던 2000년대 중반과 질적으로 다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외환위기 여파와 2002년 카드 사태 등 경기 침체로 경매 물건이 늘어났지만 서울 은평·길음 등 뉴타운 호재를 품고 있어 경매시장에 나오는 즉시 소화됐다. 이에 2000년대 중반 낙찰률은 90%, 낙찰가율은 110%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는 빌라에 대한 수요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어 악성 매물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는 물론 역전세 여파에 따른 전세 보증 사고가 이어지면서 빌라 외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빌라 물량이 경매시장으로 꾸준히 공급되고 있어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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