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대백화점 안될 거면 현대건설 안 찍었다!”
현대건설이 총사업비 7조원 규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면서 내걸었던 ‘현대백화점 유치’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현대건설이 백화점을 입점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결국 공수표가 된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4월 30일 열린 한남3구역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현대백화점 입점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38만6400㎡에 최고 22층 높이 아파트 총 6006가구를 신축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원에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해 2020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디엘이앤씨·GS건설 3사의 수주전이 역대급으로 치열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뿐 아니라, 구역 남단인7-2블록 단지 내 상업시설에 현대백화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주택사업본부장 자리에 있던 윤영준 대표이사는 아예 한남3구역 주택을 매수해 “나도 조합원”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올해 정기총회에서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상업시설에 현대백화점 유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남3구역을 수주한 2020년까지만 해도 1만5000~1만8000평 정도 면적의 백화점이 유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프라인 쇼핑 트렌드가 확 바뀌면서 3만평 이상으로 대형화해야 사업성이 있어, 이보다 면적이 작은 한남3구역 상업시설에 현대백화점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
더불어 현대건설 측은 올해 인허가 과정에서 조합이 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한남3구역 상업시설 면적이 기존 2만5000평 정도에서 1만7000평 정도로 크게 줄어 백화점 유치가 더 어려워 졌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상업시설 면적이 줄어든 대신 주거시설 면적이 커지면서 분양수익이 증가해, 오히려 조합 수익 측면에서 유리해졌다”며 “단지 내 상가에는 기존 현대백화점만큼의 VIP 멤버십을 적용해 조합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장할 수 있는 형태의 스트리트형 상가나 쇼핑센터형 상가 등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총회 현장에서 현대백화점 입점 불발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총회에선 ‘현대백화점 안될거면 현대건설 안 찍었다’, ‘백화점 준다더니 식품관이 웬 말이냐’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정비업계에선 애초에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을 신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백화점을 짓는 경우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대거 늘어나기 때문에 지자체가 시행하는 교통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도로를 확장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하기로 했던 한남3구역 7-2블록과 접한 도로를 보면 사정상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경우에도 현대건설이 현대백화점과 MOU(업무협약)를 맺고 사업제안서에 이를 홍보하긴 했지만, 계약서에 정식으로 명기하지 않는 이상 공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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