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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실적경쟁, ‘기업대출’에 희비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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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남은 기간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는 기업대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모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자율배상 이슈에도 10조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거두며 실적 방어에 사실상 성공한 것 또한 기업대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위축에 기업대출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1분기 기업금융 성장세가 실제 순위 변동에 유의미한 변수가 됐다는 점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우려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실제로 상당수 은행의 연체율이 전년 및 전분기 대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량대출 확보 경쟁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1년 새 64兆 불어난 4대 은행 기업대출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업대출 잔액 합계는 약 686조7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21조9000여억원) 대비 10.4%, 전분기(668조3000억원) 보다는 2.8%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부터 주요 시중은행 모두 기업대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영업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가 이어지며 그간 대출 부문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급격히 꺾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계대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대다수 은행은 전략적으로 기업대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금융당국 또한 가계대출과는 달리, 기업대출 공급의 지속적 확대를 주문한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올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경상 성장률(가격으로 단순 표시하는 성장률)’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에서 예상하는 올해 경상성장률은 2% 안팎인데, 4대 시중은행 또한 이를 근거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견을 당국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기업대출은 쾌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합계는 12조591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8210억원) 대비 6.5%가량 늘었다. 전반적 실적 하락에도 실질적인 수익지표는 오른 셈인데, 이를 견인한 것이 바로 기업대출의 견조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쥔 신한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전 분기 대비 가장 큰 폭의 기업대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1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167조원으로 전분기(160조7000억원) 대비 3.9% 늘었다. 이는 3.5%의 증가세를 기록한 하나은행, 그리고 우리은행(2.9%), KB국민(0.8%)을 앞선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익 기준 시중은행 순위와 기업대출 증가세 순서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특히, 1분기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홍콩ELS 자율배상 관련 충당부채라는 일회성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기업대출이 실적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것이 업권 내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기업대출 잔액(176조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8000억원이 넘는 홍콩ELS 자율배상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은 약 1조20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동일 조건 기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친 리딩뱅크 수준의 실적 기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순이자마진 방어에도 성공

눈여겨볼 또 하나의 지표는 바로 ‘순이자마진(NIM)’이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기업 대출 차주는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 유치와 더불어, 필요시 타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는 기업대출 차주까지 빼앗아 와야 하는 기업대출 시장의 특성에 따른 것.

실제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업대출 부문에서의 무리한 경쟁이 자칫, ‘제 살 깎아 먹기’ 양상으로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다 보니 대출 잔액은 늘어나지만, 자금 조달 비용보다 낮은 이자 수익으로 인한 노마진 나아가 역마진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지표는 기존의 우려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인 NIM의 경우, 4대 시중은행 모두 전 분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NIM을 기록한 곳은 역시 지난 1분기 기업대출 부문의 승자였던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1분기 NIM은 2%로 전분기(1.97%) 대비 0.03%p 높아졌다. 또 하나은행은 전 분기 대비 0.03%p 높아진 1.55%,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0.02%p 개선된 1.68%의 NIM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기업대출 잔액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의 전 분기 대비 증가세(0.04%p)를 기록하며 1분기 기준 1.84%의 NIM을 달성했다.

물론, 이같은 NIM의 개선은 저원가성 예금 잔액의 증가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0%대의 금리로 이자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상당한 수준의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표적인 저원가성예금 중 하나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 4월 말 기준 645조원(국내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전월 말 대비 33조원 이상 증가하는 등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당분간 NIM 방어 또는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식을 포함한 투자시장의 위축이 길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규모 자금이 입출금이 간편한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추세”라며 “이는 기업대출 확대를 노리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마진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앞쪽에서 세 번째)이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앞쪽에서 세 번째)이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기업대출, 시중은행 순위경쟁 ‘변수 될 듯’

업계에서는 향후 남은 분기에도 기업대출이 성장세가 올해 시중은행 실적 흐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일련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결국 대출 증가폭과 더불어 건전성 관리 여부가 리딩뱅크 경쟁의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 4월 한 달간,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공급한 기업대출은 약 9조7800여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에서 한 달간 9조원이 넘는 기업대출이 공급된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채권시장의 개선된 흐름에도 여전히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조달 창구로 은행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기업대출 증가세를 예측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전히 채권 금리 대비 은행 대출 금리가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굳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 발행에 나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건전성 관리는 은행권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위주의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1분기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6%p 오른 0.34%를 기록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 기록이다.

이밖에 KB국민은행(0.23%), 하나은행(0.3%)의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7%p, 0.04%p 높아졌다.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0.01%p 하락한 0.28%의 연체율을 보였다. 다만, 우리은행 또한 전분기 대비로는 0.02%p 연체율이 상승하며 여타 시중은행과 동일한 흐름을 기록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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