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SAF(지속가능항공유)는 석유가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연료로 제조한 항공유로 일반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항공업계도 탄소중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앞으로 더욱 각광 받을 분야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자국에서 SAF를 생산한 정유사에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EU는 오는 2025년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에 급유 시 SAF를 2% 혼합해야 한다. 2050년에는 혼합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일본도 2030년까지 일본 항공사의 연료 소비량 중 1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 아래 설비투자 보조금 지원, 세액공제 등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항공유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이 같은 시장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4대 정유사는 이제 SAF 개발 및 생산계획을 잡고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
정유업계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석유제품 수출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수출량은 7.8% 늘어났다. 반면, 항공유는 올해 1분기 수출량이 2096만배럴로 지난해 1분기 2234만배럴에 비해 6.2% 감소했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김재훈 교수는 인터뷰 도중 “정유사들 목에 칼이 겨누어진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AF가 정유산업의 흥망을 가를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첫 출발이 늦은 만큼 SAF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정유업계의 협력과 함께 사회적 공론을 모으는 소통이 시급해 보인다.
Q. 친환경에너지 중 바이오연료는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보는가.
친환경에너지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게 있겠나.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여러 신재생 에너지 옵션을 놓고 중요성을 나누는 것은 사치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단가가 비싼 나라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오는 2050년 국내 수소 수요의 80%를 수입해야 한다. 배터리사업 역시 국내에서는 정작 배터리를 만드는 원료인 니켈, 코발트 등이 생산되지 않는다.
지금 전기차가 확산되고 있지만 차량 모두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특수용 차량은 배터리로 그 목적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승용차를 100% 전기차로 바꾼다면 그만큼 전기를 생산해야 하니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그 과정이 진정 친환경적이냐는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바이오매스 자원이 없다고도 하는데 무엇이든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이지만 정유업에서 세계 5위에 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50년 넷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도 해야 하고 바이오연료 역시 개발해야 한다.
Q. 바이오연료의 원료 중에는 식량이 포함돼 식량을 원료로 써도 되느냐를 두고 논쟁 있는데.
미국은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 에탄올 산업이 활성화돼 있으며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산업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유럽을 보면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유채를 선택해 3모작 중 1모작은 유채를 심는 식으로 식량 자원과 경쟁하지 않는 방식도 있다.
지속가능성을 알기 위해 ‘전과정 평가’를 하는데 각 과정별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산술하는 것이다.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생산한 원료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2세대 바이오매스로 식량 자원과의 경쟁을 탈피한, 그러니까 사람과 동물이 먹지 않는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를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Q. 바이오연료 중에서 SA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일반 항공유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 건가.
화학구조식으로 보면 기존 항공유와 똑같다.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은 원유에서 나오는 기솔린이나 디젤과 달라 엔진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SAF는 SAF만 싣고 비행해도 된다. 100% SAF만으로 시범 운항한 사례도 있다. 지금은 생산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니까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또, 비행기는 전기나 수소 에너지로 운항할 수 없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이조차 안 된다. 장거리 비행기는 항공유조차 전체 무게의 40%를 차지한다.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전체 항공 분야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70% 이상이 장거리 비행에서 배출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SAF가 유일한 대안이다.
Q. SAF는 일반 항공유에 비해 가격이 3~5배 높다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또, SAF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 공급망 구축도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으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편화되면서 규모화가 되면 결국 일반 항공유와 비슷한 가격이 될 것이다.
현재 ASTM(미국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민간 단체규격 제정기관) 인증을 받은 ASF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인증을 받은 SAF 제조 기술이 11개이고 인증 대기 중인 기술이 11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하이드로 트리킹 공정인데 HEPA라고 불린다. 가장 먼저 상업화한 곳이 핀란드 레스테인데 업력이 30년 이상 됐다.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가스화해 합성가스를 만들어 이를 통해 항공유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거의 상업화에 근접해 있는 기술 내지는 작은 스케일로 상업화된 기술로 보면 될 것 같다.
Q. 우리나라의 SAF 개발 수준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
국내에는 이제 SAF 공정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11개의 SAF 제조 기술 중에 국내 정유사의 다운스트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인증을 받은 11개 기술 중 3개 기술은 코프로세싱(co-processing)인데 국내 정유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전체 정유 프로세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 공정이 잘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유지 자원만 획득하면 국내 정유사의 다운스트림이나 고도화 공정을 활용해 항공유 산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SAF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연차로 표현한다면 약 5년 정도인 것 같다. 기술을 수입하고 공장을 턴키(Turn Key) 방식으로 들여오면 생산할 수 있는데 약간 아쉬움은 있다.
우선 국내 정유산업의 DNA를 볼 필요가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오랜 기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 5위권의 정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정유산업은 70년대에 공장을 설립하며 시작됐다. 50여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미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 지 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연료의 중요성은 30여년 전부터 부각돼 왔다. 물론 국내 정유사들이 바이오연료 연구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시도가 배터리나 반도체만큼은 아니었다.
Q. 일각에서는 SAF시장의 성장을 예견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요 규모 예측이 어려워 투자를 주저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SAF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정유사는 석유로 항공유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과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항공유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 중 무엇이 이득인지 가려 SAF사업으로 유도한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항공유 사용량의 10%를 SAF로 의무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도 만약 SAF 의무화 정책을 만든다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도 의무화 정책을 발표한 뒤 지원 정책을 내고 있다. 일본은 SAF를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에 10년간 법인세를 최대 40% 줄인다.
그러면 우리나라 정유사는 미국, 유럽, 일본과 경쟁해야 되는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없이 가능상 상황이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도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이는 많은 논의와 국민 수용성 제고가 필요하다.
Q. 국내에서 지난 1월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SAF사업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는데 정부의 추가 대응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올해 초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SAF가 포함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이후에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석유사업법에 SAF 포함하는 것도 2년 정도 걸렸다.
일본을 보면 SAF의 위치가 반도체, 철강과 비슷하다. SAF가 무너지면 정유·화학 사업이 무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책순위에서 반도체, 2차전지, 수소는 들어가지만 SAF는 아직 없다.
항공산업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연관된 부처가 많다. 그래서 SAF와 관련한 통합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부처 간 MOU를 맺고 위원회를 구성해 컨트롤해야 한다.
유럽은 원스톱 클리어링 하우스가 있다. 내가 SAF산업을 하고 싶어도 법과 제도가 복잡하고 해외정보도 알아야 하며 SAF를 사용해서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사안을 민간에 다 맡기는 것은 너무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된 모든 사안을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가 있는 것이다.
Q. SAF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그에 맞춰 관련 인프라도 바뀌어야 하나.
인천국제공항은 국제허브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항이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SAF를 공급하지 않으면 앞으로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유럽에 착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SAF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허브로서의 위상을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SAF는 하드웨어 인프라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항공유와 똑같이 때문에 문제없다. 공항에서 일반 항공유와 SAF를 저장하는 탱크를 따로 할지 아니면 기존처럼 정유사에서 다 혼합해서 수송할지 정도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 30% SAF를 혼합한 항공유를 사용한다면 정말 30% 비율로 혼합했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석유관리원에서 그 작업을 하고 있다.
Q. 국내에서의 SAF산업 활성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여러 사안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기술적인 측면과 국민 수용성 측면을 보자. 기술적으로 보면 해외에서 지원을 들여와 SAF를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정유사들이 해외로 나가 좋은 자원을 확보해야 하고 해외에 공장을 만들 수도 있다.
해외사업을 본격화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하고 또, 해외에서 생산한 SAF도 우리나라에서 감축한 이산화탄소에 해당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미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 측면에서 인센티브 지원과 수요 측면에서 SAF 의무화 정책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중지를 모아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엮여 있고 SAF에 대한 시급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등이 관건이다. 결국 국민 수용성에 대한 문제다.
Q. 마지막으로 SAF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정유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리나라 정유산업이 70년대에 시작해 5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유사들이 노력해 세계 5위권의 정제력을 갖춘 산업이 됐는데 SAF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당장 급하니 지원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제 사업 DNA를 바꿨으면 한다.
배터리나 반도체 산업과 비교해보면 정유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속도에 아쉬운 면이 있다. 바이오연료 얘기가 나온 지 30여년이 됐는데 정유사 나름의 특화된 기술을 통해 K-SAF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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