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올해에 이어 내년에 생산할 HBM도 솔드아웃”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두고 쫓고 쫓는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 반도체 업황 회복에 양 사 모두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비해 1조원 많은 영업이익으로 한 발 앞섰다. 인공지능(AI) 메모리칩 핵심 부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먼저 공급한 것도 SK하이닉스가 먼저다.
삼성전자 입장으로선 사활을 다해 시장 주도권을 뺏어와야 하는 상황.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은 1일 “반드시 턴어라운드해야 한다”라며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 제품을 2분기에 양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역시 경쟁사의 추격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각오다. 2일 이천 본사에서 개최한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곽노정 대표는 경쟁사와 같은 제품을 3분기에 양산, 차세대 HBM 시장 리더십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계현 “차세대 HBM 주도권 선점하자”
3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은 최근 사내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 1분기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억원 기록하며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차세대 HBM에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경 사장은 “이대로 나아가 2022년 매출을 능가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이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성장으로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며 “작년부터 새로운 기회가 시작되고 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올해 반드시 턴어라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분기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HBM3E 에서는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겼지만 적층수가 더 높은 12단 제품은 경쟁사보다 먼저 공급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SK하이닉스, ‘HBM3E 12단’ 3분기 양산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반격을 펼쳤다. 2일 곽 대표는 HBM3E 12단 제품을 이달 샘플 출시하고 3분기 양산하겠다고 발표해서다. 당초 계획보다 빨라졌다는 점에서 경쟁사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HBM3E 12단에 적용될 어드밴스드 MR-MUF 기술 역시 일각의 우려와 달리 HBM 고단 적층에도 최적 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HBM 시장 주도권이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3E를 먼저 공급한 SK하이닉스에 있다고 본다. 이를 증명하듯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2조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의 전망보다 1조원 이상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데에는 HBM 경쟁력이 뒷받침 됐다는 평가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올해 생산한 HBM 제품은 완판 됐으며 내년 양산 제품 역시 거의 완판 됐다고 간담회를 통해 못박았다.
다만 실제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HBM 규모에서 양 사간 뚜렷한 차이가 나진 않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HBM 제품 매출이 100억불(약 13조8000억원)라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하게 추산한다. 곽 대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대략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이 100억불 중반이 될 것 같다”며 “현재 예상은 백수십억불 중반 정도 규모”라고 덧붙였다.
HBM 시장 과열…SK하이닉스 점유율 하락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HBM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과열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시장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HBM3, 3E의 적극 대응을 통한 공급 계획을 밝혔는데 HBM 공급 경쟁사들의 추가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삼성전자의 대응 여부가 전방업체들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에 메모리 업황 회복과 HBM3,3E 독과점에 따른 프리미엄이 상당수 반영되어 있다”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관련 우려들이 부각되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 메모리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HBM 수요처가 다변화하면서 연평균 60% 정도의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서로 뺏고 뺏기는 건 아니다”
이날 D램 개발을 담당하는 김종환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현재 HBM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도 1개 공급사만 바라보기엔 불안하고 다수 업체간 선의의 경쟁을 필수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급속히 성장하는 HBM 등 AI 메모리 시장을 한단계 더 성장시키고 시장을 성숙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HBM 시장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은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올해 141억달러(약19조원)에서 오는 2029년 377억달러(약51조9000억원)에 으로 1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AI반도체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 되고 있어 경쟁사와 시장 파이를 서로 뺏고 뺏기는 개념으로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라며 ”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에 양산하겠다고 한 것 역시 경쟁사를 의식했다기보다는 고객사 일정과 요구에 맞춰 적기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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