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분기 균등배당 도입으로 배당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이 순이익 급감 등 실적 부진에도 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5배 미만에 머물고 있어 주주환원 만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LS 손실 배상에도 CET1비율 선방
상장 금융지주 1분기 실적은 모두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역성장했다. 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한 탓이다. NH농협금융을 포함해 5대 금융지주가 반영한 충당부채는 1조6665억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5대 은행, ELS 배상 손실 1.6조원…은행별로 봤더니(4월27일)
이 영향으로 순이익이 줄면서 자본을 늘리는데 제한적이었던 만큼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CET1비율은 주주환원 정책 기준으로 삼는 자본건전성 지표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통해 CET1비율 하락 폭을 최소화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작년 말과 비교해 낙폭이 크지 않다. 하나금융의 경우 일회성 요인이 제외되는 2분기부터 회복하고 올해 CET1비율 목표치는 작년(13.22%)보다 소폭 상향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CET1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들 역시 순이익 감소에도 주주환원강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금 배당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분기 균등배당은 도입하지 않지만 분기마다 일정 수준의 배당과 기말 배당을 조화롭게 하는 등 유연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상장 금융지주 모두 자사주 매입·소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화답했지만…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성장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2일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했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대표 수혜주로 꼽혔다. 주가 저평가가 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장 금융지주들의 PBR은 모두 0.5배에 미치지 못한다. 주가가 기업 자산가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금융지주들 역시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대응 차원에서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했다”며 “주주환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CET1비율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만으로 금융지주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수익 다각화와 지속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자산 규모 격차가 크다”며 “워낙 낮은 PBR은 자산을 증대하는데도 제약 요인이라 기업 가치를 올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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