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내놓은 상장사 밸류업 공시 계획안은 강제가 아닌 기업의 자율에 방점이 찍혀 있으나 일선 현장에서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공시 참여 여부에 강제성이 없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은 상장사에 대한 암묵적인 압박감이 가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자율성 강조했지만 사실은 강제성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토론회에선 밸류업 공시가 실질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것과 다름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데 (기업 밸류업이) 잘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시장에서 선한 기업으로 볼 텐데 공시를 안 하는 기업은 어떻게 볼지 생각해 보면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페널티를 주기보다 비슷한 업종의 회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올렸다면 같은 업종의 회사에 압박으로 작용하는 암묵적인 페널티가 세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위와 거래소와 자본연이 내놓은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은 △자율성 △미래 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5가지를 골자로 한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의 특성에 맞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권장한 것이다. 특히 상장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강조했다. ▷관련기사 :상장사 밸류업 공시안 보니…자율성·이사회 권한 ‘방점’
이에 대해 이실장은 “페널티가 없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오히려 엄격한 페널티를 적용한다면 형식적인 참여로 이어져 제대로 된 기업가치 제고가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이 진정성 있는 공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안착 위한 지적 이어져
가이드라인 시행에 있어 업권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금융회사나 지주회사처럼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기업과 제조기업의 차이를 감안하는 등 업종별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실장은 “주주환원시 인센티브가 강력하게 주어지는 방향이 나오고 있는데 코스닥은 환원이 어려운 자본 규모를 가진 기업이 많고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모험기업이 많다”며 “이런 부분도 고려해 시장 특성을 고려한 평가를 한다면 더 많은 코스닥 기업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중복된 내용을 최소화해 정보를 사용하는 투자자가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방식과 주기를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상장기업은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이라 3월말 사업보고서가 나오는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도 비슷한 시점에 나오면 정보 확인이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확인하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울 때 기업개요, 사업현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사업보고서에도 작성하고 있다. 중요한 정보라고 볼 수 있는 중장기 목표를 중심으로 공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가 주가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장에서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주주의 주식 가치와 지배주주가 갖는 주식의 가치가 다르다는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가치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가 목소리를 내고 정책 당국과 거래소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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