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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율공시 과연 믿을만할까… ‘참여 기업=선한 기업’ 조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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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2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거래소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2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거래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의무가 아닌 기업 자율에 맡겨졌다. 기업들이 알아서 실천하고 소통해야 해 ‘맹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공 사례처럼 참여 기업들이 ‘선한 기업’으로 인정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편이 억지 강제보다 우리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2차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패널 토론자로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과 정지헌 한국거래소 상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유관기관 대표로 참석했다.

투자자 측에서는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1팀장 △김현정 JP모건 주식부문대표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이 동석했다.

상장기업 대표로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이, 학계에서는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같이 자리했다. 패널 토론 사회는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맡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투자자 측 패널들은 기업의 실질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1팀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실질적으로 잘 수립되고 활용됐으면 한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전체 주주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자율공시인 만큼 전반적으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이사회 책임, 승인과 결정사항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자료가 있었음 좋겠다”고 짚었다.

이어 “공시 주기와 관련해선 연 1회 자율공시로 설정했는데 이왕이면 국내 기업들이 12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3월에 사업보고서가 몰리는 시기에 올리면 사용자들이 한번에 보는 데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날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소통’이 가능해진 점을 긍정적으로 특히 평가했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연기금 자체가 기업과 소통하는 게 어렵다. 기업과 접촉을 했을 때 유의미한 반응을 얻기도 힘들고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어렵다고 느꼈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에 소통 부분이 포함된 게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결국 기업가치 제고가 증시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며 “지배주주가 갖고 있는 1주의 가치와 일반주주 1주의 가치가 다른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국내 증시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자율성에 의존한 방식이기 때문에 실질적 참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자율성에 맡기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다”며 “참여하는 기업과 참여하지 않는 기업으로 구분이 되는데 참여하는 기업은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주어져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적으로 하게 된다면 형식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진짜 의지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가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더 장려하고 이런 기업이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선순환 구조로 만든다면 단순히 PBR 1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로드맵을 그린다면 이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엄격한 페널티가 없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공시가 진정성 있게 이뤄지지 않고 형식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가이드라인 확정안이 나오면 한 기업이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 소각을 할 경우 같은 업종에 있는 경쟁 기업이 따라서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피어 프레셔’를 통한 자발적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게 암묵적 페널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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