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끊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엔데믹 후 물밀듯이 몰려들면서 국내 편의점 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 중국인 등 관광객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면세점 업계는 ‘요우커’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고전하는 모습이다. 값비싼 명품보다는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고, 현지 문화와 음식을 즐기는 체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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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애플페이 등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결제 수단이 올해 1~4월 편의점 CU에서 이용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56% 뛰었다. 해당 페이 결제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가 2022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데 이어 2023년에 143.2% 증가한 바 있다.
다른 편의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GS25의 3월 알리페이 결제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5.2% 늘었고 세븐일레븐의 명동 10개 점포 알리페이 매출은 같은 기간 3배로 수직 상승했다. 이마트(139480) 24의 경우 3월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액이 전년 대비 99% 늘었다.
편의점 업계는 한류 열풍이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드라마 등에서 한국 라면과 과자를 접한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관련 제품을 대거 구매하고 있다”며 “심지어 한류 스타의 음반도 편의점을 통해 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실제 CU의 인천공항 스낵 라이브러리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 홍대 라면 라이브러리의 경우 외국인 라면 매출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다. 외국인의 평균 스낵·라면 구매량은 내국인의 3배다. GS25는 지난해 9월과 올 2월에 각각 엔하이픈과 르세라핌의 앨범을 모바일 앱 등에서 판매했는데 두 그룹 예약 판매 매출의 26.6%가 외국인 구매 건이었다.
지역 별로 보면 특히 명동에서 웃음꽃이 폈다. 세븐일레븐의 명동 상권 10개 점포의 3월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5% 신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장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만 들렸는데 지금은 어느 나라 말인지 알기 힘든 외국어가 많이 들린다”며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인지도가 높다보니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은 상품 ‘베스트10’에는 바나나맛 우유와 감동란, 얼음컵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면세점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2조 9247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 5161억) 대비 1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율을 깎은 이후 다이궁 발길이 끊기자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출 증가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당시 50%까지 올랐던 다이궁 수수료율은 업계 자정 노력으로 지난해 상반기 30%로 떨어졌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프로모션 경쟁이 다시 과열돼 ‘특정 품목 10%P 추가’ ‘많이 사면 5%P 추가’ 등의 옵션이 활개를 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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